전날 학대 아동 쉼터로 옮겨… “학교 가고 싶다” 얘기도
경남 창녕에서 부모의 폭행과 학대에 시달리다가 맨발로 도망친 A(9)어린이가 병원에서 퇴원,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이팬으로 손을 지지는 등 학대를 지속적으로 받아 온 A어린이는 목에 쇠줄이 묶인 채 생활하다 위험을 무릅쓰고 발코니를 통해 탈출했다.
A어린이를 보호하고 있는 박미경 경남 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이가 처음 입원했을 때보다 몸무게도 늘었고 퇴원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적 조건은 된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조 당시 골절과 화상 등 몸의 상처 외에도 영양 실조에 빈혈 증세까지 있던 A어린이는 입원 치료를 받은 지 2주 만인 전날 병원을 퇴원, 쉼터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관장은 피해 아동이 본래 쾌활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A어린이를) 안아주니 반가워하고 웃더라”며 “보호 기관에 와 보니 안정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어린이는) 낭랑한 목소리로 자기 의사를 잘 밝히고, 어른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한다”고도 덧붙였다. A어린이는 또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사귀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A어린이를 향한 부모의 학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보육 공백에서 빚어졌다는 추측도 나왔다. 박 관장은 “아이가 창녕으로 이사 온 1월 말쯤부터 많이 고통스러웠다고 한다”고 “이사오면서 보육 기관을 알아보는 단계에서 코로나19가 생겼고, (부모가)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A어린이 어머니는 의붓아버지와 사이에 낳은 동생들까지 네 명의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이들 세 동생들도 아동보호기관에 위탁됐다. 박 관장은 “동생들은 상흔 등은 없지만 언니를 학대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 만큼 이 아이들도 심리 치료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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