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 도중 경찰에 밀려 넘어져 중상을 입은 70대 노인을 상대로 “극좌파의 설정 아니냐”는 음모론을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마틴) 구지노는 (경찰에) 밀린 것보다 더 세게 넘어졌다”면서 “설정이 아니냐”고 적었다. 지난 4일 뉴욕주 버펄로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참가했던 75살의 노인이 경찰에 떠밀려 넘어지면서 중상을 입은 사건을 두고 뜬금없이 ‘음모론’을 펼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찰이 밀친 버펄로 시위자는 안티파(ANTIFAㆍ극우파에 대항하는 극좌파) 앞잡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75세인 마틴 구지노는 경찰 장비를 망가뜨리려고 살펴보던 중 경찰에 제압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州)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예의와 인간애를 보이라”면서 “얼마나 신중하지 못하고, 얼마나 무책임하며, 얼마나 비열하고, 얼마나 상스러운 발언이냐”고 비난했다. 쿠오모 지사는 “그의 머리에서 흘러나오던 피가 꾸며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한 뒤 “당신은 그가 보도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는 걸 봤고, 도로 위에 피가 묻은 것도 봤다”고 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밋 롬니 상원의원은 “충격적”이라며 “나는 추가로 언급해 이 일을 중요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도 “우리가 지금 불꽃에 부채질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CNN방송은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질문을 회피하거나 침묵했다”고 당혹해하는 공화당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미국이 경찰의 잔인성과 인종 불평등을 다루는 와중에 근거 없는 음모론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구지노는 앞서 지난 4일 오후 8시쯤 버펄로의 시청 외곽에서 경찰관 2명에게 밀려 바닥에 쓰러졌다. 사건 당시를 담은 지역매체 영상물에 따르면 한 경찰은 지휘봉으로, 다른 경찰은 손으로 구지노를 밀쳤다. 뒤로 넘어진 구지노는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지노를 다치게 한 버펄로경찰 기동대응팀 소속 경관 2명은 무급 정직 처분을 받았고, 지역검찰은 이들을 2급 폭력 혐의로 기소했다.
구지노는 이날 언론인터뷰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말 외에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