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도저히 납득 못해→아쉬움… 의외로 담담했던 검찰 ‘기각 반응’

알림

도저히 납득 못해→아쉬움… 의외로 담담했던 검찰 ‘기각 반응’

입력
2020.06.09 14:04
0 0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검찰은 “아쉽게 받아들인다”는 수준의 반응을 내놨다. 구속영장 기각 이후 법원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도 불사했던 과거 사례를 생각하면 비교적 담담한 반응인데, 기각 사유에 검찰 수사 정당성을 인정하는 듯한 문구가 담긴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9일 오전 이 부회장 등 3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추어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며 “다만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일단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모양새다.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과거 검찰은 주요 사건의 핵심 피의자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할 때마다 강한 어조의 비판을 내놓곤 했다. 2017년 윤석열 중앙지검장 재임 당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리 사건과 이명박 정부 ‘국정원 댓글 사건’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중앙지법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또 검찰은 ‘사법농단’ 사건에서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 대단히 부당하다”고 밝혔고, ‘세월호 민간인 불법사찰’에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구속영장 기각 때에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결정”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삼성 관련 사건에서도 검찰은 영장 기각에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삼성 노조 와해 공작’ 사건 때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현실을 도외시한 판단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국정농단 사건 당시 법원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뒤 영장 재청구를 통해 이 부회장을 구속시켰다.

검찰이 이번에 예전과 같이 강한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는, 법원의 기각 결정을 두고 ‘꼭 나쁘게만 볼 수 없다’라는 내부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각 사유에서 검찰 수사 사실 관계를 인정해 주며 어느 정도 손을 들어준 부분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심사한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5시간이 넘는 심사 끝에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는 단서를 달았다.

원 부장판사는 또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일단 검찰이 사건을 기소해 재판에 넘기는 것이 정당하다는 취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수사의 정당성이 훼손되지 않은 만큼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신청해 진행 중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절차를 거쳐 이달 중으로 사건을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안녕하세요 제보해주세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