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적 방역 한계 봉착…‘조용한 전파’ 차단 목적
서울시가 8일부터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 돌입했다. 증상 유무와 관계 없이 신청 후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비용은 서울시가 부담한다. ‘조용한 전파자’ 차단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사후적 방역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이번 동시다발적 확산세를 꺾지 못할 경우 ‘대유행의 발진기지’란 오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이 시간부터 서울 시민은 신청만 하면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무증상 감염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많은 시민들이 검사 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무증상자들은 서울의료원, 은평ㆍ서남ㆍ보라매ㆍ동부ㆍ서북ㆍ어린이병원 등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검사는 취합(풀링)검사 기법으로 진행된다. 5~10명의 검체를 혼합해 1개의 검체로 만들어 검사를 하고, 양성이 나올 경우에만 전원 개별 검사로 확대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진단키트 가격이 개당 5만~6만원 수준이지만, 이 방법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20만명 정도가 검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가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도시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반시민 무료검사’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와 무관치 않다. 박 시장은 “언제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또 한번의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의 불은 일단 껐지만,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양천구 탁구장, 수도권 개척교회, 놀이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들 장소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확진자들은 연령과 지역, 성별을 초월해 나타나고 있다.
리치웨이의 경우 지난 2일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이날 오전 49명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이 발표 직후 구로구 가리봉동에 위치한 중국동포 쉼터에서 관련 확진자 9명이 무더기로 나왔다. 역학조사 결과 쉼터 거주자 중 한 명이 리치웨이 방문 뒤 확진되면서 연쇄감염으로 이어졌다. 이 여파로 서울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1,000명을 돌파했다. 구로구는 쉼터 거주자 등 중국동포교회 신도 150여명의 명단을 확보, 전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양천구 탁구장발 확진자는 이날 오전까지 21명(서울 19명)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양천구 탁구장 세 곳을 방문한 50대 남성이 최초 확진 판정을 받은 지 사흘 만이다. 시는 해당 업소는 소독 및 폐쇄 조치가 내려졌고, 지난달 28일부터 6월 2일까지 탁구장을 방문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수검사와 자가격리를 시행하고 있다. 또 줌바, 에어로빅, 태보, 스피닝 등은 고위험시설에 대해 운영자제 권고를 재차 강조하는 등 방역 수칙 준수여부에 대해 강도 높은 점검에 나섰다.
개척 교회와 관련해서도 지난달 31일 인천 부평구 거주 목사 첫 확진 뒤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으로 급속도로 확산, 이날까지 8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중 서울 확진자는 26명에 이른다. 전파 위험 교회 12곳의 122명 접촉자와, 국제에녹부흥사회 52명 등 총 174명이 전수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박 시장은 “확진자 수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은 2차 파도를 앞둔 ‘폭풍전야’를 떠올리게 한다”며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그게 힘들다고 판단되면 모임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 소재 탁구장 350여개소에 대해 운영 자제를 권고하고,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 명령을 내렸다. 또 방문판매업체의 상품설명회, 교육, 세미나, 레크레이션 등 명칭을 불문하고 일명 ‘홍보관’ 형태로 모이는 집회를 금지하는 집합금지 명령도 발령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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