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자에게 “나가달라” 실랑이도
국과수 부검 결과는 ‘타살 가능성 없음’
지난 6일 숨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산하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의 빈소가 8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정의연은 오후 3시부터 공식 조문을 받았지만 취재진의 빈소 출입을 일절 금지하는 등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거두지 않았다.
손씨의 빈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타살 가능성이 없다’는 부검 결과가 나온 뒤 비로소 차려졌다. 오후 1시 40분 즈음 장례식장 전광판 빈소안내문에 고인의 빈소정보가 떴고, 근조 깃발이 빈소 앞에 설치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운영에 헌신한 고인의 빈소에는 교복 차림 학생을 비롯해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김복동’이라고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한 시민은 분향 뒤 한참 동안 오열을 했다. 한 커뮤니티 회원은 1,000원씩 기부 받아 화환을 보내고 남은 금액을 정의연에 기부하기도 했다.
정의연은 손씨의 장례를 여성ㆍ인권ㆍ평화 시민장으로 진행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상주는 손씨의 유족과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맡았다. 9일까지 2일간 진행되는 추모행사는 ‘김복동의 희망’과 시민사회가 주최한다.
정의연은 장례를 시민장으로 치르면서도 ‘언론의 촬영과 취재를 금한다’는 공문을 보내는 등 취재진의 빈소 출입을 막았다. 한 정의연 관계자는 촬영기자에게 다가가 “당장 이곳에서 나가라”고 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정의연 등 시민단체가 개선할 점이 분명히 있는데도, 언론의 비판을 악의적 보도로 모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경기 파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씨는 최근 검찰의 쉼터 압수수색 이후 삶이 송두리째 부정 당하는 것 같다는 좌절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은 전날 오후 평화의 우리집 앞에서 손씨 부고 성명을 발표하면서 “고인을 위해서라도 인권침해적이고 무분별한 취재경쟁을 그만하고 고인의 삶을 차분히 봐 달라”고 언급했다.
손씨의 죽음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 등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지기도 했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대표로 있는 딴지일보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는 손씨의 사망 이후 ‘이용수 할머니 갑질에 넌덜머리가 납니다’ ‘일본강간범을 짝사랑한 XX’란 원색적인 비난 글이 쇄도했다. 서혁수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는 “이 할머니 기자회견 이후 원색적인 비난 글을 수집하고 있는데, 손씨의 사망 이후 비난의 수위가 높아졌고 비난글 역시 급증했다”면서 “할머니에 대한 악의적인 게시글을 수집한 뒤 할머니와 논의해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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