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유용 등 각종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이후, 문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위안부 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매우 혼란스럽다. 제가 말씀 드리기도 조심스럽다”며 정의연 사태를 에둘러 언급했다. 이어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이라며 문 대통령은 “위안부 운동 30년 역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 인권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었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숭고한 뜻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정의연 관련 각종 의혹이 위안부 운동의 가치나 성과를 매도하는 식으로 흘러선 안 된단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정의연 사태에 입장을 밝힌 건 지난달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윤미향 의원 관련 의혹을 제기한 후 한 달 만이다. 그간 청와대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으나, 문 대통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청와대도 ‘당이 해결할 문제’라는 태도를 취해왔다.
문 대통령은 “일각에서 (나오는)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며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까지 무너뜨리는 일이다. 반인륜적 전쟁 범죄를 고발하고, 여성 인권의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헌신한 위안부 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다”고 강조했다.
정의연 논란으로 상처를 받았을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위로도 문 대통령은 건넸다. 문 대통령은 “김학순 할머니의 역사적 증언에서부터 위안부 운동은 시작되었다. 피해 당사자들이 침묵의 벽을 깨뜨리고 ‘내가 살아 있는 증거다’라고 외쳤고, 거리에서 법정에서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피해의 참상을 알리고 정의로운 해결을 호소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스스로 운동의 주체가 되어 당당하고 용기 있게 행동하였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 의혹을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언급도 더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라며 “위안부 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 미국 하원에서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생생하게 증언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사과와 역사적 책임을 담은 위안부 결의안 채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논란이 시민단체의 자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특히 정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부금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함께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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