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흑인 사망 사건으로 인한 항의 시위가 미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경찰 예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화하고 있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에 반해 서비스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미국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미국 내에서 경찰 예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경찰 예산 지원 끊어라’는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는 문구와 함께 대표적 슬로건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조지 플로이드가 숨졌던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 시의회의 의장인 리사 벤더도 “우리는 미니애폴리스에서 기존 경찰을 해체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우리 공동체를 실질적으로 안전하게 지켜주는 새로운 공공 안전 모델을 재건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찰의 1년 예산은 1,000억달러(약 120조원)에 육박한다. 뉴욕시 경찰 예산만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예산에 비해 서비스의 질이 턱없이 낮다는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CNN은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경찰 폭력의 피해가 집중된 흑인사회에서는 경찰을 지역사회의 공공안전 수호자가 아닌 위협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
경찰 예산 감축을 요구하는 측에서는 사건 처리를 위한 예산도 사회복지 분야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Black Lives Matter’는 △노숙자 △약물 중독자 △정신이상자 관련 사건은 경찰이 맡아야 할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뉴욕시경찰이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까지 경찰력을 적극적으로 가동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활동을 완화하자, 오히려 범죄 신고가 2,100건 줄어든 바 있다. 사실상 사소한 위법행위에 대한 경찰의 단속행위가 지역사회의 안전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에 현재 미국에서는 연방의회에까지 경찰 예산 감축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모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경찰 예산을 삭감하고, 이 예산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사용하라는 서한을 200명의 시민운동가로부터 받기도 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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