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에도 군중집회 열어… 대남 적대 기조 강조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휘하는 ‘대남 강경메시지’를 닷새째 쏟아내고 있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남측 당국 비난 수위는 연일 높아지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개성시 문화회관 앞마당에서 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의 항의 군중집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앞서 6, 7일에도 김 제1부부장의 담화를 각계에서 낭독하는 모습을 보도한 바 있다. 노동신문이 북한 최고지도자가 아닌 인물의 담화를 최고지도자 교시처럼 인용해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집회에서는 주영길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장이 김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비난 담화를 낭독한 뒤 참가자들의 연설이 이어졌다. 연설자들은 “사람 값에도 들지 못하는 것들이 함부로 우리의 생명이고 넋이며 삶의 전부인 최고존엄까지 건드리고 민족의 신성한 핵까지 모독했으니 이것은 천추에 용납 못할 특대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면전에서 거리낌 없이 자행된 이런 악의에 찬 행위들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측 정부가 “인간쓰레기들이 저지른 역적 행위를 마치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듯이 떠들어대는 저능아적인 추태”를 보이고 있다며 “적은 어디까지나 적이라는 이치를 다시금 뼈에 새겼다”며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신문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한 주민들이 ‘탈북자 쓰레기들’이라는 표현이 담긴 플래카드를 거는 등 ‘탈북자’라는 표현이 주민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북측은 탈북자를 주로 행불자나 월남도망자 등으로 표현해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주민들도 탈북자 문제를 모를 수 없는데 당국이 이 문제를 공론화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이라며 “북한 내부적으론 상황을 선제적으로 알려 주민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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