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대북전단 담화 이어 문정부 정책 비판… 대남 공세 수위 올리는 북한
공세 중심에 선 김여정 “북한 주요 사안에 실질적 권한” 분석
북한의 대남 공세 수위가 심상치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새벽 대북전단 비난 담화문을 낸 뒤 5일 밤 통일전선부(통전부) 대변인이 나서고, 6일 평양 시민 동원 집회를 여는 등 북측이 연일 전방위 압박에 돌입한 모양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제1부부장의 ‘일인지하 만인지상’ 위치가 다시 강조됐다. 노동당 선전선동, 조직지도 업무를 넘어 대남관계까지 좌우하는 등 ‘백두혈통 로열패밀리’로서 본격적인 북한 공동 통치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4일 이후 연일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노동신문은 7일 ‘인민의 분노 하늘 끝에 닿았다’는 기사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에 접한 온 나라 인민이 치솟는 분노로 가슴 끓이고 있다”며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다시 비난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전날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 평양종합병원 건설 노동자 등이 항의집회를 열었다는 내용도 전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달나라타령’이라는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 온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의 ‘선순환 관계’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을 ‘남조선 집권자’로 칭했고, “말이 그렇지 실천에 있어서는 북남 관계가 조(북)미관계보다 앞서 나갈 수 없으며 조미관계가 나빠지면 북남관계도 어쩔 수 없는 관계로 여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문을 시작으로 다각도 공세를 펼치는 셈이다.
앞서 김 제1부부장은 4일 ‘개인’ 명의 담화문에서 대북전단이 9ㆍ19 남북 군사합의 파기에 해당한다며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거론했다. 이튿날에는 대남 전략을 담당하는 통전부 대변인이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 제1부부장이 경고한 담화”라며 남북연락사무소 폐쇄를 재차 언급하는 등 김 제1부부장의 언급에 다시 무게를 실었다.
북한전문가들은 대남 공세의 중심에 선 김 제1부부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 외에 한목소리로 인용하며 추종하는 건 김 제1부부장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담화문에서 보듯, 김 제1부부장이 정책결정권자에 가까운 지시를 내리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거드는 수준을 넘어 북한의 주요 사안을 조율하고 대응까지 하는 실질적 권한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3주 이상 잠행 끝에 복귀한 지난달 1일 평남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서도 당 부위원장들보다 상석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건강이상설’에 휩싸였던 오빠 김 위원장을 대신해 북한 통치를 대비한다는 해석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북전단 비난 담화는 내용상 국무위원회나 인민무력성 또는 서해지구 총사령관 등을 통해 나와야 할 것이었지만 김 제1부부장 담화가 먼저 나왔다”며 “김 제1부부장이 통전부뿐 아니라 군부나 다른 내각기구보다 강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위상이 올라간 김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선 만큼 향후 북한의 공세가 거칠어지면서 남북관계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김 제1부부장 담화에서 언급한 대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단 철거, 군사합의 파기 중 가장 낮은 조치부터 점증적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비공개 특사 등을 통해 신중하게 접촉을 시도하면서 조속한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큰 틀의 대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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