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보고서, 질병비용 329억…산업생산유발 감소액 6조2,220억
부가가치유발 감소액도 4조4,000억…3개월 유행이 이정도
확진자 1.2만명에 진행형인 코로나 피해 “가늠조차 못할 수준”
186명의 확진자가 나왔던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가 우리나라에 끼친 사회ㆍ경제적 피해가 1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1만2,000명을 향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는 이와 비교하면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질병관리본부가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비용 추계 및 신종 감염병 대응 사회투자의 영향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비용은 10조8,449억원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환자 치료비용과 환자 사망에 따른 소득손실 등을 포함한 질병비용은 329억원에 그쳤다. 메르스 치료 및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폐쇄 관리를 위해 의료기관 및 약국, 상점에 지급된 손실보상금이 1,781억원이었고, 전국 17개 시도가 지급한 긴급생계비와 메르스 사망자 유족에게 지급한 장례비용은 각각 142억원과 4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메르스 발생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더 컸다. 전체 산업의 생산유발 감소액은 메르스가 발생한 2015년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6조2,220원에 달했다. 산업별 생산유발 감소액은 △음식점 및 숙박서비스업이 1조6,030억원(25.8%)으로 가장 컸고, 이어 △문화 및 기타 서비스업 7,760억원(12.5%), △운송서비스업 7,520억원(12.1%), △도소매서비스업 6,380억원(10.3%) 등의 순이었다. 서비스업의 감소액만 3조7,690억원으로 전체의 60.6%를 차지했을 정도로, 경제에 서비스업에서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메르스로 인한 부가가치유발 감소액도 같은 기간 동안 전체 산업에서 4조3,972억원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서비스업의 부가가치유발 감소액이 2조370억원으로 전체의 46.3%를 차지했다.
감염병 발생은 고용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2015년 6월 한 달 동안 국내 전체 산업에서 4만7,053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했다. 8월까지 3개월로 확대했을 땐 7만3,586개의 일자리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 1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뒤 5개월 가까이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의 사회경제적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 보고서의 추론이다. 보고서는 “메르스가 경제에 미친 영향은 3개월 정도의 비교적 단기 충격이었다면 ‘코로나19’가 미치는 사회경제적 폐해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메르스 유행 당시 확진자는 총 186명이었고, 그로 인한 격리자는 1만6,693명이었다. 사망자는 38명이었다. 이에 반해 7일 현재 신종 코로나로 인한 확진자는 1만1,776명에 달하고 격리자도 3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사망자도 메르스 때의 7배를 웃도는 273명에 이른다.
보고서는 감염병 유행을 방지하고 국민들의 공포감 내지는 불안감을 감소시키기 위해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신종 감염병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막대한지 경험했다”며 “신종 감염병 예방 및 대응 체계를 보다 철저하고 면밀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