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군사합의 파기ㆍ개성공단 철거 우려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 성과 ‘휘청’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우리 정부의 발표에도 북한이 5일 또 한번 강한 비난과 함께 개성공단의 남북연락사무소 철폐를 예고했다. 2018년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한반도를 감쌌던 화해 분위기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이날 오후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또 “적은 역시 적”이라며 “갈 데까지 가보자”라고 경고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대남사업 부문에서 담화문에 지적한 내용들을 실무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에 착수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한다’는 사실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전날에도 김 제1부부장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개인 명의 대남 담화에서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북남 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이 ‘삐라’(대북전단)를 이유로 이틀 연속 남측을 향한 강공을 쏟아내자 남북 관계가 ‘대립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남북군사합의와 남북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가 그간 남북관계에서 거둔 최대 성과로 자부하는 것들이다. 북한은 의도적으로 문 정부의 성과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체결된 군사합의는 남북이 군사적 대립을 끝낼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란 기대가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는 우리 인원들이 철수한 남북연락사무소도 남북 간 상시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지녔다.
북한이 2016년 가동이 전면 중단된 개성공단 완전 철거까지 현실화한다면 북핵 문제 진전에 따라 개성공단 재가동을 최우선으로 추진하려던 문 정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통일전선부가 “남측과의 일체 접촉공간들을 완전 없애버리기 위한 결정적 조치”까지 언급한 것으로 미뤄 군 통신선 등 연락 채널마저 끊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 제정 의지를 밝혔는데도 북한이 더 강하게 반발하는 건 대북전단은 표면적 이유일 뿐 남북관계에 더 이상의 미련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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