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종차별 시위 격화에 재조명된 한국 탄핵 촛불집회

이전기사

구독이 추가 되었습니다.

구독이 취소 되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미국 인종차별 시위 격화에 재조명된 한국 탄핵 촛불집회

입력
2020.06.06 18:00
0 0

[시시콜콜Why]美 커뮤니티서 “150만명 모였는데 입건 0명” 큰 관심

학계 “평화시위, 폭력시위 가르는 큰 요인은 공권력의 대응” 분석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한 시위자가 28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불에 타고 있는 건물 앞으로 미국 국기를 들고 지나가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촉발된 미국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폭력집회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경찰과 시위대 간의 무력충돌은 물론 일부 도시에서는 절도, 방화 등 범죄도 벌어지는 상황인데요. 시위 중 또다시 과잉진압으로 시민이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갑작스럽게 재조명되면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는데요.

한국은 150만명 시위에도 입건자가 ‘0명’이었다고?

해외 유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2016년 한국 촛불집회 사진에 수만명이 공감하고 있다. 레딧(reddit) 캡처
해외 유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2016년 한국 촛불집회 사진에 수만명이 공감하고 있다. 9개그(9gag) 캡처

바로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일었던 촛불집회입니다. 해외 유명 커뮤니티인 레딧(reddit)과 9개그(9gag) 등에는 3일(현지시간) 한국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집회 사진과 함께 “한국에서는 2016년 150만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2만5,000명의 경찰이 파견됐지만 양측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은 0건이었다”라는 글귀가 담긴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수만명이 공유했고 이를 두고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죠.

왜 한국 촛불집회에 새삼 다시 주목하고 있는 걸까요? 해외 누리꾼들은 “믿을 수 없는 통계다”(s0****), “어떻게 약탈, 폭동, 방화 없이 목적을 이뤄낼 수 있나”(pm****), “아마 2000년대 한국의 최고 업적일 것”(is****), “미국이 이렇게 시위할 수만 있다면”(be****), “이라크 시위조차도 미국보다는 문명화돼 있을 것”(ga****) 등의 반응을 보였는데요. 수백만명이 모여 정부에 항의 시위를 벌였지만 평화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신들 “축제 같은 집회”…한국 시위문화 분기점 평가

2016년 12월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6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 대신 횃불을 든 시민들을 따라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국정농단 사건으로 벌어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집회는 당시에도 많은 외신에 집중 보도됐죠. 뉴욕타임스는 “많은 인원이 참여했지만 집회는 축제에 가까운 모습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됐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초기에는 일부 혼란도 있었지만 20회가 넘는 집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돌발 행동을 하는 참석자를 ‘비폭력’, ‘평화집회’ 등을 외쳐 스스로 자제시키는 모습을 보이는 등 대체로 무력사태 없이 평화롭게 시위가 이뤄졌어요.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하고 있는 사진은 150만명이 모여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던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의 모습입니다. 12월에는 무려 232만명이 참여하는 시위로 규모가 더 커졌죠. 역대 가장 많은 시민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1987년 6월항쟁의 140만~180만명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고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100m 앞에서 집회ㆍ행진을 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경찰청에서는 탄핵 관련 집회가 활발했던 2017년 폭력시위 건수가 통계관리를 시작한 1984년 이후 역대 최소 규모로 집계됐다고 밝혔는데요. 당시 수백만명의 기록적인 인파가 모인 5차, 6차 촛불집회 당시 보수단체도 곳곳에 모여 맞불집회를 열어 충돌 우려가 제기됐지만 당시 불법시위로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0명’이었습니다.

폭력시위, 평화시위 가르는 요인은 뭘까?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에서 강제해산을 위한 진압작전을 하던 중 전경 1개중대가 29일 서울 태평로에서 시위대에 포위되어 있다. 고영권 기자

도대체 어떤 차이가 폭력시위와 평화시위를 가르는 걸까요? 이를 두고도 온라인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졌는데요. 일부는 “한국인이 미국인에 비해 폭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_e****), “미국인들은 규칙에 따르지 않는다. DNA에 없다”(me****), “미국인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분노를 풀고 정부에 화를 낸다”(re****), “슬프게도, 미국은 평화시위를 할 수 없다”(N****) 등 시민성을 거론했어요.

5·18민주화운동을 언급한 의견도 있었는데요. 한 네티즌은 “광주 학살이라고도 불리는 5ㆍ18민주화운동 등이 한국의 시위에 대한 태도를 바꿔놨다”라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양측에 얼마나 심각한 일이 있었는지를 기억하고 있어 시위에 훨씬 신중한 것”(ma****)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죠. 한편에서는 “맥락과 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지 말라”(si****)고 짚는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잠재적으로 군대가 시위대를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w2****), “폭력을 시작하는 것은 미국의 경찰이다”(an****), “한국 경찰은 충돌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단 시위대를 지키는 사람들처럼 보였다”(ic****)라고 두 나라 경찰의 대응 차이를 강조한 반응도 있었고요.

사회학자들 “공권력의 대응방식이 가장 큰 요인”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3일(현지시간) 벌어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재닌 로버츠 웨스트브룩 경찰서장이 참여하고 있다. 포틀랜드=APㆍ연합뉴스

반(反)정부 시위가 평화롭게 이뤄지다니 이목을 끌 법한데요. 사회학자들에게 한국 탄핵집회가 평화적으로 이뤄진, 미국 인종차별 집회가 폭력적으로 격화되는 이유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물론 뿌리깊은 인종차별 문제가 도화선이 됐다는 점 등 탄핵 시위와는 사회ㆍ문화적 맥락이 다르죠. 하나의 요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학자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이 있었는데요. 바로 ‘공권력의 대응’ 입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은 사회운동인 시위로 평화적 방법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고 처음부터 폭력 시위는 거의 없다”라면서 “정부가 어떤 태도를 갖느냐,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공권력이 어떻게 시위대에 맞서느냐에 따라 폭력적 양상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또한 “시위가 폭력화되는 것은 대응하는 측에서 폭력을 쓰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주 방위군까지 동원해 제압하고 경찰은 여전히 강경한 진압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인의 성향이 폭력적이라서 그렇게 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역시 공권력과 시민이 대치했던 민주화 항쟁의 역사가 있죠. 가까이는 2008년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에서도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에서 사망자가 발생했고요. 당시 집회도 초기에는 공연과 시민들의 토론이 이뤄지는 평화로운 분위기였지만 정부는 차벽을 쌓고 시민들에 물리력을 행사했습니다. 경찰은 유모차를 이끌고 나온 주부 참가자들에게 교통 방해죄를 적용해 연행했고, 행진하는 시민들에게는 물대포를 쐈습니다. 차량 자원 봉사에 나선 시민들의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집회 참가자들에게 수백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고요. 전의경이 시민을 폭행하는 장면이 확산하면서 여론이 격화되기도 했죠.

반면 탄핵 촛불집회 당시에는 일단 행정부 수반인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해 정부가 혼란한 상태였는데요. 경찰들은 과잉 대응을 자제해 성난 민심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죠. 이와 함께 과거 폭력 집회를 경험하며 학습한 시민들은 공권력 투입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 조심했고, 경찰 역시 질서유지를 최우선으로 삼으면서 시민들도 시간이 갈수록 긴장을 풀고 집회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0미국 루이지애나주 슈리브포트에서 지난달 31일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 시위 행진 중 한 경찰이 시위자와 포옹을 하고 있다. 슈리브포트=AP 연합뉴스

공권력의 대응에 따라 시위 분위기가 바뀌는 사례는 현재 미국 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회 초기부터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군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진압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밝혔죠. 각 주에는 통행금지 명령이 내려진데다, 경찰은 과잉 진압을 항의하면서 벌어진 시위에서 또다시 폭력을 행사하는 등 과잉 진압하는 모습을 보였고요. 이 같은 태도가 민심을 더욱 자극해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이런 정부의 방침과 반대로 텍사스주 포트워스, 조지아주 애틀랜타 등 일부 도시에서는 경찰관들이 한쪽 무릎을 꿇어 플로이드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시민들과 포옹을 나누기도 했는데요. 미시간주 플린트에서는 지역 민선 경찰인 보안관 크리스 스완슨이 시위대 앞에서 무기를 내려놓으며 “함께 걷자”고 말했고 시민들은 마음을 열고 안전하게 행진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이 일부 지역에서는 평화시위가 이뤄졌죠.

앞으로의 미국 인종차별 항의 시위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김호기 교수는 “결국 미국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여주느냐가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봤는데요.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미국 군대는 수정헌법 1조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수호하기로 선서했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위대 진압 군 병력 투입 방침에 공개 항명을 하고 나서기도 했죠. 미국 시위대를 대하는 공권력의 움직임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시시콜콜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