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국 중 하나인 스페인에서도 통계의 신뢰성 논란이 불거졌다. 스페인 정부는 신규 사망자가 최근 사흘간 1명뿐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지역에서 두 자릿수 사망자가 보고되는 등 통계 누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정부가 봉쇄 해제ㆍ경제 재개를 밀어붙이려 의도적으로 집계 방식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4일(현지시간) 코로나19 신규 사망자가 2일 정오 직전 48시간 동안 1명도 발생하지 않았고 사흘째 돼서야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일일 신규 사망자가 3개월만에 이틀 연속 ‘0’을 기록했다며 “모두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같은 기간에 수도 마드리드와 카스티요라만차주(州)에서만 17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부 학자들은 스페인 보건부의 집계 방식 변화에 따른 통계 오류를 지적한다”고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초부터 사망자 수 업데이트 간격을 24시간(하루)에서 일주일로 바꿨다. 게다가 이 경우에도 정부의 자체 집계 이후 24시간 내에 보고된 사망 사례만 포함시켰다. FT는 17개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지연 보고나 부정확한 보고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바뀐 집계 방식을 적용한 후 누적 사망자 수가 하루아침에 2,000명 가까이 줄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서도 스페인의 누적 사망자 수(2만7,940명)는 스페인 정부의 공식 통계보다 800명 이상 많았다.
특히 이 같은 통계 오류는 스페인 정부가 최근 이동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상황과 맞물려 심각성을 더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제프리 라자루스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 건강시스템 연구그룹장은 “무엇보다 사망자 0명이라는 통계는 대중에게 바이러스의 위협이 사라졌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라파엘 벵고아 WHO 국장도 “명확한 정보가 필요한 시점에 (정부가) 즉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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