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을 추진하면서 질본 아래에 있던 국립보건연구원 등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키로 한 내각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신종 감염병 대응력을 높인다면서 오히려 질본의 손발을 자르는 결정을 했다는 전문가 집단의 지적을 수용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현재 질본 소속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센터가 확대 개편되는 감염병연구소를 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이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선 3일 질본의 질병관리청 승격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내놨다.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 등이 포함돼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조직 개편은 하나마나 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감염병과 만성질환 등과 관련한 기초ㆍ실험연구 등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 기관이 복지부 산하로 이관되면 본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관 결정은 전형적 부처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복지부는 감염병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연구 강화를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만큼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은 사실상 백지화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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