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 조정석 수어 연기 칭찬… “수어는 얼굴 표정도 중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질병관리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수어 통역을 담당하는 통역사 고은미씨가 의학 통역의 어려움을 전했다.
수어 통역 경력이 21년 됐다는 고씨는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의학 지식은 제가 이해해야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예상하지 못한 전문용어가 우르르 쏟아지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정례 브리핑이) 생방송이다 보니 자칫 잘못해서 오역하게 되면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며 “그래서 더 초집중해서 통역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라는 신조어를 수어로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고씨는 “처음에는 우왕좌왕하고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었다”며 “우리도 코로나19라는 명칭이 정해지기 전에 다 다르게 불렀던 것처럼 수어도 처음에는 다르게 쓰다가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수어를 통일해서 쓰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하루 두 번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수어 동시 통역사를 대동해 귀가 들리지 않는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 브리핑에 참여하는 수어 통역사는 6명으로 고씨가 최고참이다. 수어는 국내 약 35만명 농인의 언어로 손동작을 포함, 얼굴 표정 등도 중요한 요소다.
고씨는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드러내면 아주 자연스러운 수어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8일 종영한 tvN 의학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 조정석이 보여준 수어 연기가 “정말 잘 된 수어”라고 전했다. 고씨는 “우리가 쓰는 음성언어는 말할 때 얼굴 표정을 크게 쓸 일이 없지 않나”라며 “그런데 조정석 배우님이 수어 연기를 할 때 눈이 점점 커지면서 눈썹이 점점 올라가는데 이거랑 수어 동작을 같이 하는 게 낯설고 쉽지 않은데 자연스럽게 잘하시더라”라고 말했다. 손 동작만 한다고 해서 다 같은 수어가 아니라, 얼굴 표정에 따라 의미의 표현 정도가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고씨는 “우리도 한글 글자로 읽는 것보다 누가 말로 해 주면 더 잘 이해되지 않나”라며 “마찬가지로 농인들도 자막을 보는 것보다 수어로 설명 해 주면 더 잘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포용력 있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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