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세 꺾인 유럽, 국경 개방 가속화
감염병 확산에도 전면 봉쇄 없이 이른바 ‘집단 면역’이라는 느슨한 대응을 택한 스웨덴이 사실상 방역 실패를 인정했다. 국내 여론이 악화하고, 주변국들이 서로 국경을 재개방하면서 사망률이 높은 스웨덴만 쏙 빼놓는 등 고립 조짐이 일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요양원 등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령층 밀집 공간에서는 적극적 방역과 치료가 최선의 대응책이라는 교훈을 일깨울 것 같다.
스웨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은 3일(현지시간) 공영 스베리예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국민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같은 질병을 다시 맞닥뜨리면 우리가 한 것과 다른 나라들 조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 규모에 견줘 미흡한 대처를 시인한 셈이다. 텡넬 청장은 집단 면역 정책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유럽 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대다수 국가가 국경을 틀어막고 고강도 봉쇄 조치에 들어갔을 때 스웨덴은 홀로 다른 길을 택했다. 자발적 거리두기와 모임 자제를 권고하긴 했지만 휴교ㆍ휴업을 강제하지 않았고, 시민들의 이동도 제한하지 않았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면역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자는 집단면역 정책이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4일 기준 스웨덴의 코로나19 사망자는 4,542명으로 이웃 노르웨이(237명), 덴마크(580명)를 압도한다.
텡넬 청장은 “전체적으론 올바른 방향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를 놓고 봤을 때 개선할 점이 있다”며 “특히 요양원에서 이렇게 쉽게, 대량 감염이 이뤄질지 몰랐다”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전날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여름 전까지 위원회를 꾸려 국가적ㆍ지역적 차원에서 코로나19 대응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평가하겠다”며 일종의 반성문 제출을 예고하기도 했다.
유럽 각국이 일상으로의 복귀를 서두르면서 스웨덴은 ‘북유럽의 왕따’ 신세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15일부터 상호 관광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스웨덴에만큼은 국경 폐쇄 방침을 풀지 않고 있다. 다만 이날 3개월 만에 국경 문을 연 이탈리아와 벨기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솅겐협정 가입국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독일도 15일부터 각국에 내린 여행경보를 해제하기로 하는 등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통제 완화가 이어지는 추세라 바이러스 ‘2차 대유행’에 대한 경고음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