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나은행, ‘DLF 피눈물’ 고객 1000명 정보 유출… 금감원 “실명법 위반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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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단독] 하나은행, ‘DLF 피눈물’ 고객 1000명 정보 유출… 금감원 “실명법 위반 제재”

입력
2020.06.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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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이 DLF 무관한 정보까지 통째 로펌에…대량 손실 예상, 소송 대비 정황

‘소비자 보호’ 외쳐온 하나은행, 당시 회의 때 “조직ㆍ직원 보호하라”

하나금융 명동 사옥. 하나금융 제공

지난해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하나은행이 DLF 피해 고객 1,000여명(계좌 기준 1,936개)의 모든 자산정보를 통째로 법률 자문 법무법인에 고객 동의 없이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사는 고객의 서면상 요구나 동의 없이 금융거래 정보나 자료를 타인에게 제공ㆍ누설하면 안 된다.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이 금융실명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짓고, 조만간 제재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DLF와 무관 정보까지 통째로 넘겨

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DLF 관련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던 지난해 8월 8일 하나은행은 DLF에 투자한 고객 1,000여명이 소유한 관련 계좌 1,936개(2019년 3월말 기준)의 거래 정보를 로펌에 제공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이 과정에서 DLF 관련 정보만 거르지 않고, 하나은행 전산시스템에 저장된 관련 고객의 모든 금융정보를 함께 넘겼다. 여기에는 이름, 계좌번호 등은 물론, 고객의 자산규모, 외환계좌 잔액 등 수십가지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거래정보 일체를 제3자인 로펌에 제공하면서 고객의 동의는 구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관련 검사에서 하나은행이 고객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로펌에 고객 정보를 통째로 넘기기 직전인 지난해 8월 5일 하나은행은 지성규 행장에게 DLF 관련 1,936개 계좌에 대한 불완전판매 여부 자체 점검 결과를 보고했다. 이때 ‘서류 미비 계좌가 834건(43.1%)이고, 분쟁 소지 계좌는 169건에 이른다’는 내용이 보고됐다. 당시 1,936개 계좌 중 이미 1,918개 계좌가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태였다.

하나은행 고객 정보 유출.

◇고객보다 ‘조직 보호’ 우선 정황

금감원은 당시 하나은행이 DLF 고객 대부분이 ‘피해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향후 ‘검사 및 소송 대비용’으로 로펌에 고객 정보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하나은행은 DLF 사태 초기부터 일찌감치 ‘조직 보호’에 방점을 찍은 정황이 드러난다. 일련의 자체 점검에 앞선 지난해 6월 18일 DLF 현황 회의 기록을 보면, 지성규 행장은 “향후 금리가 상승하지 않을 경우 손님(고객) 손실이 예상되고, 이 경우 ‘민원→검사→소송’이 예상된다”며 “이에 대비해 불완전판매 점검 등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조직과 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서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나은행은 금감원의 검사가 시작(지난해 8월 22일)된 후 1,936개 계좌 정보를 법무법인에 제공한 사실은 인정했다. “민원 대비 차원”이라는 게 하나은행의 설명이었는데, 정작 하나은행이 1,936개의 계좌 정보를 로펌에 제공한 지난해 8월 8일 시점에서 하나은행에 대한 DFL 관련 민원은 6건(금감원 접수 5건, 하나은행 접수 1건)에 불과했다. 하나은행은 금감원에 “DLF 민원 발생에 신속히 법률자문 등을 받을 목적으로 민원제기 여부와 무관하게 일체 고객 정보를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금감원은 세 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하나은행은 검사 종료 때까지 “로펌 자문 내용은 비밀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답변을 거절했다.

하나은행 고객 정보 유출 과정.

◇당국, “실명법 위반” 결론

결국 금감원은 검사를 종료하면서 하나은행이 금융실명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금융위도 최근 법 위반으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행 금융거래법 4조는 고객 동의 없는 거래정보 제공을 엄격히 금지하면서, △법원의 제출명령시 △조세탈루 혐의 확인시 △각종 위법 확인을 위한 감독ㆍ검사시 등 상당히 제한적인 예외만 두고 있다. 하나은행의 행위는 △고객 동의가 없었고 △제공 의도도 법상 예외 조건에 맞지 않으며 △피해 당사자의 정보라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조만간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융실명법엔 금융당국이 검사를 거쳐 기관 및 임직원에 대한 징계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소비자보호는 금융 핵심” 외쳐 온 하나은행

그간 하나은행은 어느 금융사보다 소비자 보호를 강조해 왔다. 2014년 고객정보보호 본부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했고, 2018년에는 소비자 중심의 ‘영업행위 윤리준칙’도 제정했다. 윤리준칙에는 ‘고객정보 보호 의무’도 포함돼 있다. 당시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소비자보호는 금융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가장 기본이고 핵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DLF 불완전판매 및 감독 책임으로 중징계인 ‘문책경고’ 제재를 받은 함영주 부회장과 사모펀드 판매 관련 영업정지를 받은 하나은행은 징계를 아예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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