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이미자 ‘여자의 일생’ 즐겨 부르는 노래꾼
포항 죽도시장 찾아 회 먹거나 바람쇠기 좋아해
‘망향의 동산’ㆍ‘나눔의 집’ 방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악성 댓글과 인신공격에 시달리면서도 같은 처지의 할머니들을 챙기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관이 뚜렷하면서 흥이 많은 할머니는 남다른 체력으로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1일 충남 천안의 위안부 사망자가 모셔져 있는 ‘망향의 동산’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경기 광주의 ‘나눔의집’을 방문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오후에 망향의 동산을 찾아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들을 둘러봤다.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다 숨진 해외동포와 일제강점기 타향에서 고초를 겪다 돌아가신 분을 모신 망향의 동산에는 고 김학순 할머니 등 위안부 묘역에 30위, 납골당 25위 등 모두 55위가 모셔져 있다.
무거운 발걸음을 뒤로한 이 할머니는 오후 6시15분쯤 ‘나눔의집’에 도착했다. 할머니는 방문 이유에 대해 “놀러왔다. (할머니들이) 병원에 다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것은 묻지 마라”고 손을 젓기도 했다.
할머니는 이날 밤 할머니들과 자고 다음날 대구로 갈 예정이었으나 한밤중 이곳을 떠나 다음날인 2일 오전 3시쯤 대구에 도착했다. 이날 저녁에도 할머니는 밤 12시가 다 될 때까지 대구의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저녁식사와 담소를 이어갔다. 윤 의원에 대한 얘기는 이날도 한 마디도 없었다.
후원자들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평소 일정이 없을 때면 포항 죽도시장을 찾아 회를 먹거나 바람을 쐬러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할머니를 모시고 포항을 자주 방문한다는 한 후원자는 “할머니가 죽도시장을 찾으면 상인들이 덤으로 몇 마리씩 더 얹어 준다”며 “할머니는 그것도 남김없이 다 드실 만큼 회를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윤 의원과 농구장에 후원 받으러 갔을 때 “맛있는 것을 사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을 때도 회를 먹고 싶다는 얘기였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주관도 뚜렷하지만 흥도 많다고 한다. 한 후원자는 “할머니는 자동차 뒷자리에 앉아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을 흥얼거리고 노래도 좋아하는 어른”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할머니는 지난달 7일 ‘수요시위 중단’과 ‘정대협 회계 불투명’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한 뒤에도 경남지역 사찰 등을 돌았고, 같은 달 25일 기자회견을 하기 전후에도 서울과 대구 집과 호텔 등을 옮겨다니며 강행군을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대구 도심에서 열리던 수요집회에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한 측근은 “이 할머니는 돈이 생기면 꼭 필요한 만큼 남겨두고 장학금으로 주변에 베푸실 만큼 욕심이 없는 분”이라며 “이번 기자회견도 한국과 일본 간 청소년의 교류와 역사 교육이 제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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