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한국 측 인건비 제안 결국 받아들이기로
주한미군 전력 차질 우려 탓…본 협상 이어지긴 어려울 듯
지난 4월부터 두 달 간 이어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미 국방부는 3일 성명을 통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한국 국방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어 “주한미군 전체 한국인 노동력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연말까지 2억 달러 이상 제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이날 오후부터 이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무급휴직 근로자는 6월 15일 출근한다’는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은 지난 4월 전체 한국인 근로자의 절반 수준인 4,000여명에 대한 무급휴직을 시행했다. 방위비분담금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줄 수 없다는 명분에서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방부가 확보해놓은 분담금 예산으로 근로자 인건비를 먼저 지급한 뒤, 협상 타결 이후 정산하자는 이른바 ‘근로자 임금 선(先)지급’ 방안을 제안해 둔 상태였다.
두 달을 버텼던 미국이 결국 우리 정부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4,000여명은 무급휴직 75일만인 15일쯤 일터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일제히 “우리 제안을 받아들인 미국 측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단 미국의 이번 결정이 교착 상태에 있는 방위비협상에 특별한 동력을 제공할지는 불확실하다. 우리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지난 두 달 간 근로자들의 노동 공백으로 주한미군으로서도 전력 운용 차원에서 적잖은 불편과 차질이 빚어졌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의 이번 결정이 협상 재개를 위한 미국의 유화적 제스처라기 보다는 주한미군 전력 유지를 위한 미국 군 당국의 불가피한 선택에 가깝다는 의미다.
협상 교착 국면이 오히려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주한미군 운용이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되면서 즉각적 협상 타결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양측 간 분담금 인상안을 두고 이견 차가 워낙 커 단기간 내 타협점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초 지난해 분담금 1조389억원에서 13%를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막판에 이를 거부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13% 인상’이 최대치라는 주장이지만, 미국은 50% 인상된 13억 달러(약 1조5,900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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