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범죄이니 강력히 처벌해야” VS “섣부른 판단으로 남녀갈등 조장 말자”
서울역에서 30대 여성이 신원미상의 남성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혐오 논란에 다시 불이 지펴지고 있다. 1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로 들끓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용의자가 특정되기도 전에 섣부르게 남녀 갈등을 조장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온다.
사건은 피해자로 추정되는 누리꾼 A씨와 그의 가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시 정황을 설명하면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26일 서울역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생면부지의 남성으로부터 이유도 없이 폭행을 당해 눈가가 찢어지고 광대뼈가 함몰되는 상해를 입었다. 해당 남성은 한 차례 더 폭행하려다가 A씨가 소리를 지르자 15번 출구 쪽 모범택시 정류소로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산하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신고 내용에 따라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A씨가 폭행 당한 현장이 CCTV 사각지대라 수사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SNS에는 A씨가 올린 글과 함께 ‘#서울역묻지마폭행’, ‘#여성혐오범죄’ 등의 해시태그가 확산하고 있다. 사건을 공론화 해 하루 빨리 목격자를 찾고 범인을 잡자는 취지에서다. 몇몇 누리꾼은 “피해자가 아는 지인”이라며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해 사건을 널리 퍼트려달라고 독려했다.
특히 이 사건을 젊은 여성을 특정한 혐오 범죄라고 주장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여성만을 특정해 발생하는 폭력 사건들을 더 이상 ‘묻지마 살인’, ‘묻지마 폭행’이라 부르지 않겠다”면서 “4년 전 강남역 살해사건, 2년 전 이수역 폭행사건, 최근 서울역 폭행사건도 모두 ‘여성혐오범죄’”(jiw****)라고 강조했다.
“학교 갈 때 매일 서울역을 이용하는데 범죄의 대상이 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친다”(seo****) “매번 똑같다. 가해자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이다”(yej****) “여자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살아가야 하나”(j_y****)는 반응도 이어졌다.
다만 일각에선 “섣부른 판단으로 남녀갈등을 조장하지 말자”는 말도 나온다. 규명되지 않은 사건을 지레짐작 ‘남녀 성대결’로 몰아 불필요한 논쟁을 촉발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남자가 길거리에서 맞으면 남성혐오범죄냐”며 “범인이 잡힐 때까지 단정짓지 말고 무의미한 싸움 붙이지 말자”(agn****)고 했다.
한편 경찰이 사건 발생 1주일이 다 되도록 용의자를 특정하지도 못했다며 수사에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대낮 서울역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의 범인 하나 못 잡는다는 변명은 궁색하다”며 “이는 경찰의 수사 의지에 달린 문제”(pia****)라고 주장했다. A씨가 당시 길가에 대기 중이던 택시기사들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방관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이를 비판하는 글들도 쏟아졌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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