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주민갑질’ 경비노동자 전담창구 마련... 감정노동 피해 지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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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단독] 서울시, ‘주민갑질’ 경비노동자 전담창구 마련... 감정노동 피해 지원 나선다

입력
2020.06.0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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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노동권익센터에 이달 마련

‘주민 갑질’ 자정 움직임도… 성북구 ‘꿈의숲 K아파트’ 주차 단속 주민이 직접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내 경비실의 모습. 서울시 제공

빌딩경비원 박(65)모씨는 최근 의식을 잃고 갑자기 집에서 쓰러졌다. 뇌경색이었다. 박씨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휴식 시간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데다 입주민들과 주차 관련 잦은 마찰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아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다. 박씨는 경비업체로부터 산업재해 신청도 거절당했다. 근무지 ‘밖’에서 쓰러져 신청 요건이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박씨는 “어마어마한 치료비 때문에 살길이 막막한데 어디다 하소연을 할지 몰라 답답하다”고 했다.

박씨처럼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경비노동자들을 위해 이달 서울노동권익센터에 ‘경비노동자 전담 상담 창구’가 신설된다. 2년 전 최저임금인상을 계기로 불거진 아파트 경비원 90여 명 전원 해고 사태에 이어, 최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 갑질’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경비원 최희석씨 등 경비노동자 권익이 침해되는 일이 반복되는데도 노조 등이 없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 조처다.

서울시 관계자는 1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울노동권익센터와 경비노동자 상담 전담 창구 개설 관련 협의를 마쳤다”며 “늦어도 이달 내 운영을 목표로 마무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정 노동자로서 경비원의 심리 치료 등 피해 지원도 강화된다. 시 관계자는 “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에서 경비노동자 관련 특화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경비노동자를 상대로 반복되는 ‘주민 갑질’을 막기 위해선 아파트 취업규칙 개정이 필수다.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 등에 따르면 최씨가 근무한 아파트 취업규칙엔 ‘입주민의 편의 서비스 제공과 친절 등 그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될 때나 ‘입주자대표회의 3인 이상 또는 아파트 입주민 10인 이상이 연대 서명으로 직원의 해임 요청이 있을 때’ 경비원의 해고를 가능하도록 했다. 입주자들의 ‘입맛’에 따라 경비원 해고가 가능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독소조항 해소를 위해 시는 아파트 관리 규칙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경비원 사건과 관련해 지난 4월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보완하는 내용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꿈의숲 K아파트’ 입주자 대표인 김대호(왼쪽)씨는 ‘홍길동 주차단속반’의 ‘대장’이다. 김씨를 제외한 나머지 입주자는 신분을 숨긴 채 아파트 불법 주차 단속을 하고 있다. "정작 주민들은 이 분들을 무서워하고, 저흰 편하게 생각하죠." 아파트 관리소장인 이모씨가 지난달 29일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사진 촬영을 하며 환하게 웃었다. 양승준 기자

경비노동자를 상대로 한 ‘주민 갑질’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아파트 입주민 사이 자정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장위동 ‘꿈의숲 K아파트’ 입주민들은 경비원들에 아예 입주민 주차 단속 업무를 배제했다. 아파트 주민 5~6명이 단지 내 불법 주차를 단속하며 불법 주차 경고장도 직접 붙인다. ‘경고장을 누가 붙였느냐’는 입주민 항의가 들어오면 경비원이 대응하지 않고 입주자 대표가 해결한다.

지난달 29일 본보와 만난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인 김대호씨는 “고용 관계로 인해 주민과 갈등이 생기면 경비원과 관리소 직원분들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뉴스로 경비원 폭행 사건 등을 접하며 갑질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고, 2년 전부터 ‘주민 사이 문제는 주민이 직접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불법 주차 단속을 아파트 주민 몇이 모여 직접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인 이모씨는 “11년 동안 다른 아파트들 관리 일을 해오면서 주차 단속 관련 주민 항의가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며 “어떨 때는 ‘내가 월급 주는데’ 라면서 대놓고 면전에서 항의를 받기도 하는데, 이렇게 주민들이 나서서 스스로 주차 문제를 해결해 일하는 데 심리적 부담을 크게 덜었다”며 웃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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