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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변태적 생활 풍조에 물들면 조국 배반”… 한국 문화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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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변태적 생활 풍조에 물들면 조국 배반”… 한국 문화 경계령

입력
2020.05.3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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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신문, 청년 세대에 외래문화 주의령… 내부 기강 잡기 

지난 13일 공개된 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영상 도입부에는 남한 가수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배경음으로 활용됐다.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13일 공개된 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영상 도입부에는 남한 가수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배경음으로 활용됐다. 유튜브 영상 캡처

#1.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뮙니까?” “화장품이요.”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튜브 계정 ‘Echo DPRK(북한의 메아리)’가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공개한 영상의 한 장면이다. 20대로 추정되는 북한 여성들은 ‘일자형 눈썹’을 그리고 마스카라와 아이라인으로 ‘한국식 화장’을 했다. 북한에서는 한류의 영향으로 남한처럼 ‘일자형 눈썹’ 그리기가 유행이다.

#2. 이달 13일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이 공개한 ‘이 시각 평양’ 영상에서는 남한 가수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배경음악으로 흘러 나왔다. 영상은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잘 대처해 주민들이 일상에 복귀했다고 선전하는 내용이다. 선전매체에서 남한 가요를 틀 정도로 북한이 열려 있는 것일까.

북한 대외선전매체로 추정되는 유튜브 계정 Echo DPRK가 공개한 북한 여성들의 인터뷰 모습. 유튜브 영상 캡처
북한 대외선전매체로 추정되는 유튜브 계정 Echo DPRK가 공개한 북한 여성들의 인터뷰 모습. 유튜브 영상 캡처

폐쇄 국가인 북한에에서 한류 콘텐츠를 비롯한 외부 문화가 점점 빠르게 퍼지고 있다. 북한이 청년 세대의 동요를 우려하며 ‘외래 문화 침투를 경계하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별로 통하지 않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언어생활에서 주체를 세우자’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는 (외래어 대신) 현대적 요구에 맞게 세련되고 규범적인 평양말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이 최근 강조하는 ‘외래문화 경계령’의 일환이다.

노동신문도 19일 사설을 통해 “외래어, 잡탕말(서울말 등)을 쓰는 것은 유식한 것이 아니라 혁명성과 계급성이 없는 표현”이라며 젊은 세대의 외래어 사용에 우려를 표했다. 신문은 22일 사설에서도 “청년들이 이색적인 사상 문화와 변태적인 생활 풍조에 물들면 조국을 배반하게 된다”며 청년세대에 각성을 주문했다. 26일에는 “한 편의 외부 영화나 노래도 흥미거리로 흉내 내서는 안 된다”고 주민들에게 강조했다.

노동신문의 잇따른 경고는 주민들 사이에서 외부의 문화 콘텐츠, 특히 한국의 드라마나 노래 등의 소비가 늘어나는 데 대한 위기 의식이 그 만큼 크다는 뜻이다. 북한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과의 경계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 등을 녹화한 DVD와 USB가 은밀히 유통됐다. 최근에는 수요가 많아 USB 대여업도 성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장마당을 통해 중국산 EVD플레이어나 저가 태블릿PC 등이 보급돼 외부 문화 콘텐츠 소비 속도가 더 빨라졌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경제난에 직면한 주민, 특히 청년세대의 사상적 동요를 경계하는 의미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사회주의 문화의 우월성을 강조하지만 외부 문화 콘텐츠에 익숙한 청년세대들을 단속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정면돌파전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이 사상ㆍ문화적으로도 내부 기강잡기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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