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기 어려운 상태에서도 결단을 내렸다.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제리 샌즈(한신) 대신 영입한 내야수 테일러 모터(31)를 방출하는 강수를 뒀다.
외국인 선수 최대 시장인 미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메이저리그는 물론 마이너리그까지 모두 멈춰선 상태다. 선수들의 실전 감각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계약을 하더라도 한국에 입국해서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개막 전부터 “올 시즌 외국인 선수 교체가 어렵다”는 현장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실제 삼성은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가 왼 옆구리 통증으로 최소 8주 이탈이 확정됐지만 교체 없이 회복을 기다리기로 했다. 또 팔꿈치 근육이 뭉친 SK 투수 닉 킹엄 역시 시간을 좀 더 갖고 지켜볼 생각이다.
하지만 키움은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진 모터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올해 키움과 35만달러(약 4억3,300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계약한 모터는 10경기에서 타율 0.114(35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에 그쳤다. 시즌 중 2군에 내려가서 4경기 연속 홈런을 치며 반등 계기를 마련하는 듯 했지만 26일 1군 복귀 후에도 8타수 1안타에 그쳐 결국 짐을 쌌다. 손혁 키움 감독은 “그 동안 모터 관련 질문을 안 받은 날이 없다”면서 “공을 멀리 잘 치는 타자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완주할 줄 알았던 외국인 선수 중 1호 방출자가 나오면서 기존 선수들은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는 분위기다. 기복 있는 투구로 불안감을 안겼던 SK 투수 리카르도 핀토는 30일 인천 한화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하며 2승(2패)째를 챙겼다. 염경엽 SK 감독은 “핀토가 희망적으로 가고 있다”며 “좋은 구위를 갖고 있어 상대가 힘들어한다는 게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모터를 제외하고 외국인 타자 중 타율이 0.209로 가장 낮았던 한화 제러드 호잉도 31일 SK전서 모처럼 시원한 타격을 했다. 1회 첫 타석부터 시즌 2호 3점 홈런을 터뜨리는 등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NC와 삼성의 고민이었던 애런 알테어, 타일러 살라디노 또한 이날 나란히 손맛을 봤다. 알테어와 살라디노는 각각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82(3홈런), 0.353(2홈런)을 기록하며 KBO리그에 점점 적응하고 있다. 반면 수비형 선수라고는 하지만 공격력이 저조한 롯데 딕슨 마차도와 평균자책점 6.28의 KT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1승2패)는 분전이 필요하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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