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주말 기자회견을 열어 기부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해 해명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문제가 된 기부금 모집 방식에 대해 일부 문제가 있었다며 잘못을 인정했을 뿐 해명을 뒷받침할 구체적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모금 목적과 용처가 일치하지 않으면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에서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걷은 의혹과 관련해 ‘안이했다’,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사과했지만 기부금 유용 의혹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기부금을 쓴 적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윤 의원은 개인계좌로 총 9건의 모금을 진행해 2억8,000만원을 모았고, 이 중 모금 목적에 맞게 사용된 돈은 2억3,0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5,000만원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업에 사용했다는 게 윤 의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윤 의원이 기부금 유용 의혹을 부인하며 내세운 근거는 “계좌이체를 할 때 적요란에 이체 이유를 ‘거의’ 모두 부기해 놓았다”고 설명한 대목이 전부다. 2억3,000만원의 용처를 모두 밝혔다는 주장이지만, 정작 이를 입증할 자료는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 이민석 변호사는 “윤 의원이 베트남 정수조 사업 등에 썼다고 했는데 실제 이 용도로 기부금을 썼는지 확인해야 정확한 해명이 된다”며 “만약 특정 업체에 일감을 줬는지 등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초 모금 취지와 달리 남은 기부금 5,000만원을 정대협 사업에 사용한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주원 조상규 변호사는 “기부금은 받은 목적에 맞게 써야 하는데 5,000만원이 남았다는 건 지나치게 후원금을 걷었다는 뜻이어서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법인계좌가 있는데도 개인계좌로 돈을 받거나 자금을 옮기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며 “그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는 한 횡령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안성 쉼터’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해명 역시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안성 쉼터에 대해 ‘비싸게 매입한 게 아니다’고만 해명했을 뿐 정작 안성 쉼터에 대한 존재 자체가 정의기억연대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깜깜이로 운영된 의혹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할머니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기 안성으로 부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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