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감독관 1명이 8,411개 사업장 감독…"이천 참사 반복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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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감독관 1명이 8,411개 사업장 감독…"이천 참사 반복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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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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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최근 경기 이천 화재참사를 비롯해 산업재해 사고가 잇따르면서 정부의 근로감독관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근로감독관 1명이 대략 4,600여개의 사업장을 담당하는 시스템으로는 이천 화재참사의 재연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송석준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의 산업안전 분야 근로감독관은 581명이다. 고용노동부 소속인 근로감독관들은 민간 사업자들의 근로기준법 및 산업 안전 관련 법률 준수를 감독한다. 근로안전감독관은 법률 위반 사업장에 대해선 공사중지 명령까지 내릴 수 있을 정도로 권한이 막강해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다.

2020-05-31(한국일보)

문제는 근로감독관 1명이 담당하는 현장 수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전국의 총 산업분야 근로감독관은 581명으로 1인당 평균 4,614개의 사업장을 담당하고 있다. 2014년(6,783개)에 견줘 1인당 담당 사업장 수가 30%가량 줄긴 했지만, 과도하긴 마찬가지다. 경기 성남지청에 소속된 근로감독관 13명의 경우, 성남, 이천, 여주, 하남 등 6개 지역의 10만9,349개 사업장을 감독하고 있어 1인당 평균 담당 사업장 수만 8,411개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근로감독관이 산업 현장을 돌며 세세히 감독하기란 애초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감독관으로선 현장 점검은 차치하고 사업자가 제출하는 서류와 보고서를 검토할 시간도 빠듯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실제 안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도 즉각 와서 대응해주기 보다는 한참 뒤에 와 서류만 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천 물류창고도 현장에 문제가 있다고 신고가 되었지만 제대로 조치가 안된 인재였다”고 말했다.

사업주의 안전불감증과 함께 정부의 제도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2019년 산업재해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2,020명에 이른다. 산업재해 피해자는 10만9,242명으로 1년 전보다 6,938명(6.8%)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산업 안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당시 근로감독관으로 현장을 조사한 강태선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안전 분야에 대한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영국, 독일 등에서는 근로감독관의 90%가 안전보건 업무를 맡고 10%만이 임금 체불 등 근로감독을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안전보다는 근로감독 쪽에 인력과 정책이 치우쳐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선진국처럼 현재 국 차원의 산업 안전 조직을 본부 급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증가하는 행정대상과 업무량을 감안해 향후 부족한 행정력의 증원 및 조직개편 등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주에 대한 법적 처벌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1심 법원이 선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중 징역형이나 금고형이 선고된 비율은 0.57%에 불과하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에서 원청업체가 받은 처벌은 벌금 2,000만원이 전부였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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