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권모(28)씨는 마스크를 벗다 썼다 하면서 연신 입 주변에 차오른 땀을 닦아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약속 장소를 야외로 잡았지만, 더운 날씨 탓에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권씨는 “지금도 이런데 한여름엔 어떻게 마스크를 쓰고 다질지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말했다.
5월 들어 초여름 날씨가 기승을 부리면서 권씨처럼 ‘마스크 쓰는 게 숨막힌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31일 기상청에 따르면 5월 마지막 주말인 30~31일 서울의 최고 기온은 30.0도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보였다. 5월은 절기상 봄이지만 체감상으로는 이미 여름이다.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실내 활동을 늘리거나 잠깐씩이나마 나갔던 외출을 아예 삼가는 모양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진모(28)씨는 “날이 너무 더워 한낮엔 야외 활동이 어려울 것 같다”며 “카페에 있다가 해가 지면 공원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최모(28)씨도 “원래 등산을 할 생각이었는데 날이 더워 집에 머물기로 했다”며 “한여름엔 어떻게 야외활동을 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더운 날씨에 고밀도 마스크를 쓰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26)씨는 “마스크에 땀이 차 갑갑하다 대중 교통에서도 마스크를 내리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느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G마켓ㆍ이마트 등 온라인 쇼핑몰에는 그나마 통풍이 잘되는 리넨이나 메시 소재로 만든 마스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KF 인증 마스크보다 두께가 얇은 일반 덴탈마스크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 이날 이마트는 지난 1주일(5월 22~28일) 덴탈마스크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4월 24~30일)보다 290.9% 늘었다고 밝혔다.
정부도 덴탈마스크 생산량을 현재의 2배인 100만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 24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여름철을 앞두고 날씨가 더워지며 국민들께서 마스크 착용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얇고 가벼운 덴탈마스크 생산량을 지금보다 두 배인 100만개까지 늘리고 수입을 확대하는 방향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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