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교수 측 “여유자금 넣어 도와주려고 한 것”
자녀 입시비리ㆍ사모펀드 의혹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정 교수가 차명계좌를 사용해 주식거래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임정엽)는 28일 정 교수의 단골 미용실 헤어 디자이너 구모씨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정 교수는 구씨의 삼성증권 계좌 등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차명계좌 6개로 790회에 걸쳐 주식거래를 한 혐의(금융실명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백지신탁 및 재산등록의 의무를 피하고자 차명 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씨는 검찰이 “정 교수가 계좌를 빌려달라면서 ‘자신은 민정수석 배우자라 주식거래를 못한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또 이 계좌에서 이뤄진 주식거래 중 몇 차례는 정 교수의 부탁으로 자신이 직접 했지만, 이후에는 비밀번호 등을 모두 넘겨 정 교수가 거래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계좌를 해지하고 주식을 되판 경위에 대해 “정 교수가 지금 계좌 같은 것은 없애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없앴다”고 진술했다. 이 계좌는 정 교수의 차명 거래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 20일 해지됐다.
구씨는 검찰조사 초반 차명계좌 제공 사실을 부인하다가 나중에 인정했는데, 자신이 먼저 정 교수에게 “차명계좌가 문제가 되면 돈을 빌린 것으로 이야기하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술을 번복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1차 조사 이후 조 전 장관과 통화하며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으니 조 전 장관이 “그런 사실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사실대로 이야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 측은 반대신문을 통해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본 구씨에게 도움을 주려고 구씨 계좌에 돈을 넣은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려고 했다. 당시 구씨가 주식에 투자했으나 손해를 보자, 정 교수가 돈을 빌려주며 추가 투자를 도우려 했다는 것이다.
구씨는 정 교수가 2차 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에 투자를 권유하며 “이익이 나면 구씨에게 주고, 손해가 나면 정 교수 본인이 모두 떠안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큰 돈을 받는 것이라 거절했고 대신 자신의 삼성증권 계좌를 내줬다고 했다.
재판부는 구씨에게 “결국 정 교수가 빌려간 계좌는 정 교수가 투자한 것이고, 나머지 2개 계좌는 증인이 투자한 것이냐”, “마이너스가 되면 책임 져주겠다고 한 건 삼성증권 계좌가 아닌 증인이 직접 투자한 두 계좌를 메꿔주겠다 그런 취지 아닌가”라고 묻자 구씨는 “네”라고 답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