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바꾸려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부지가) 안 팔리면 가지고 있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를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부지를 헐값에는 팔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날 조 회장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의 장인인 고(故) 김봉환 전 국회의원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현동 부지 매수자는) 정해진 게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지를 제값에 팔아야 하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조건에 맞는 매수자가 나오지 않으면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넓이 3만7,000여㎡에 달하는 송현동 부지는 코로나19로 매출이 80% 급감한 대한항공이 유동성 극복을 위한 자구안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땅이다. 앞서 2008년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숙소로 사용되던 부지를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여 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를 지으려고 했으나, 학습권 침해 등 관련법에 막혀 무산됐다. 대한항공은 연내 최소 5,000억원에 이 부지를 매각하려 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공원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대한항공이 제3자에게 땅을 팔면 이를 재매입해서라도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27일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서울시가 이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상 문화공원으로 지정하면 민간이 이 땅을 매입해도 다른 개발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 서울시는 현재 이 부지 매입가를 2,000억원 미만으로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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