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당국 확진자 발생 최초 지점에만 지엽적으로 조사했나?”
생명수교회(48명)와 라온파티 뷔페(14명), 부천소방서(4명)까지. 경기 부천시에 있는 시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줄줄이 터져나오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초기 대응이 소극적이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쿠팡 부천 물류센터와 관련 확진자는 이날 오후 8시 기준 97명으로 불어났다. 물류센터 근무자 A(43ㆍ여)씨가 처음 양성 판정을 받은 지난 23일 기준으로 닷새 만이다.
앞서 부천 라온파티 뷔페에서도 1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돌잔치를 한 1살 여아 가족과 하객뿐만 아니라 뷔페 직원도 감염됐다. 지난 3월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생명수교회 등을 포함해 부천지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11명(이날 오후 8시 기준)으로, 경기지역 31개 시군 중에 성남시(131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전날 1,800여명이 근무하는 유베이트 타워내 콜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으나 다행히 이날 오후까지 추가 감염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지침상 역학조사 대상은 포괄적으로 선정해야 하는데, 부천시는 확진자 발생 초기에 확진자가 나온 물류센터 2층과 뷔페 룸만 지엽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라며 “(코로나19) 전파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부천시는 초기 역학조사에서 확진자가 근무한 물류센터 2층의 폐쇄회로(CC)TV만 분석해 접촉자를 파악했다. 또 뷔페의 경우 당시 5개 룸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4개 룸은 초기 조사 대상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온 사실이 처음 파악돼 부천시가 대응에 나선 지난 24일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B(20대)씨는 “일용직이라 정확한 정보를 전달 받지 못하고 2층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돌아가는 얘기만 들었다”며 “2층에 물건을 하역하지 말라고만 하고 다른 층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길래 괜찮은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천시가 아닌 쿠팡 측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진단 검사를 받으란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물류센터와 관련해 검사 대상자 수도 하루마다 달라졌다. 상시근무자와 일용직근무자, 퇴직자, 면접자, 납품업체 직원 등 검사 대상자는 지난 26일까지 3,626명이었으나 하루 뒤에 4,015명으로 늘었고 27일 4,159명으로 조정됐다.
물류센터 집단담염이 이른바 ‘인천 학원강사’발로 추측된다는 장덕천 부천시장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질병관리본부가 A씨가 아닌 다른 감염 경로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책임 떠넘기기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천시 관계자는 “확진자가 나온 뷔페 룸과 물류센터 2층에서 접촉자를 확인해 자가격리를 하고 검사를 시행한 뒤 점차 대상을 넓힌 것”이라며 “물류센터 경우 질병관리본부, 경기도, 쿠팡 측과 합동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역학조사는 마스크 착용 여부, 접촉자 규모 등 확진자의 진술에 따라 그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초기 역학조사가 ‘지엽적’이었다, ‘포괄적’이었다고 판단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부천=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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