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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대자연한우프라자에서는 무슨 일이…‘직장 내 괴롭힘’ 10명 퇴사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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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대자연한우프라자에서는 무슨 일이…‘직장 내 괴롭힘’ 10명 퇴사했다는데

입력
2020.05.28 18:00
수정
2020.06.0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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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점장이 갑질과 편가르기로 ‘토끼몰이’ 작전 시행” 근로복지공단 조사 중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김천의 한 한우전문점에서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전체 직원 22명 중 절반 정도인 10명 안팎이 회사를 그만뒀다는 주장이 제기돼 근로복지공단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28일 김천한우협회 농가에 따르면 이들 농가들은 지난 2018년 9월 공동으로 출자하고 도ㆍ시비 3억7,000여만원을 지원받아 김천시 교동에 김천대자연한우프라자를 열었다. 초창기 한우프라자는 가족 형태의 화기애애한 근무 분위기였지만 지난해 3월 새로운 점장이 부임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한우프라자에서 근무했던 직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4~11월 퇴사한 직원은 10명이다. 이들은 모두 직장 내 괴롭힘과 편가르기를 견디지 못해 권고사직, 해고, 계약변경 등 사유로 모두 퇴사했다. 주방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서울 모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의식불명 상태다.

이 곳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점장이 상급자 신분을 이용해 직원들을 편가르고, 녹음과 사진, 영상 등을 증거라고 내놓으며 괴롭히고 사직을 종용했다”며 “작업 중 필요 없는 말로 화를 돋궈놓고 당초부터 작업을 위해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한 뒤 지시불이행이라며 협박한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퇴사한 직원들은 모두 퇴사 이유를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라며 입을 모았다. 이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에게는 과하게 일을 시키거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방법으로 그만두게 하는 일이 자행됐다”며 “갑질로 모욕감을 느낀 다른 직원 가운데는 우울감에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퇴사한 이후에도 회사의 무책임한 태도를 여전히 비난하고 있다. 또 신임 점장이 ‘토끼몰이’라는 작전명까지 정해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고 폭로했다.

한 직원은 “점장이 토끼몰이를 하려면 토끼굴을 파야 한다며 직원들을 몰아세우며 왕따를 시켰다”며 “처음엔 점장을 타일러도 봤지만 헛수고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점장이 친한 직원들과 함께 대상자를 정해놓고 본 업무가 아닌 허드렛일 시키고 험담을 하면서 한 명씩 스스로 그만두게 했다”며 “아무리 한 귀로 흘려 듣더라도 그런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들에게 과다한 업무를 배당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내몬다는 것이다.

회사와 직원 사이 결별 과정도 깔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직원이 권고사직처리 됐지만 고용보험 상실 신고를 계속해서 지연해 근로자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이 직원이 노동청에 진정서를 넣어 문제가 되자 뒤늦게 합의금 명목을 돈을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천대자연한우프라자 관계자는 “노동청에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했고, 근로복지공단 차원의 조사를 따로 받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해당 사안에 대해 특별히 말씀 드릴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노동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한다. 법 시행 이후 지난 3월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3,347건이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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