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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고분서 43년 만에 금동 신발 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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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고분서 43년 만에 금동 신발 출토

입력
2020.05.27 16:59
수정
2020.05.27 19:1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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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 출토된 금동 신발과 장신구. 문화재청 제공
경북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 출토된 금동 신발과 장신구. 문화재청 제공

43년 만에 경주 고분에서 ‘금동 신발’이 나왔다. 무덤 주인이 신라 왕족일 가능성이 있다.

27일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신라 왕경(王京ㆍ수도) 핵심 유적 복원ㆍ정비 사업 일환으로 진행 중인 경주 황남동 120호분 조사 과정에서 금동 신발, 허리띠 장식용 은판, 각종 말갖춤 장식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고 밝혔다.

특히 경주 신라 고분에서 금동 신발이 나온 건 1977년 인왕동 고분군 조사 때 이후 43년 만이다. 이 신발은 경주 대릉원 일원(사적 제512호) 내 황남동 120호분의 남쪽에 있는 120-2호분의 피장자(묻힌 사람)의 발치에서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발견됐다. 제작 시기는 5세기 후반과 6세기 전반 사이로 추정된다.

발굴 초기 단계지만, 측면 일부가 노출돼 신발 형태가 파악된다. 군데군데 푸른빛인 신발의 표면에는 T자 무늬 구멍들이 뚫렸고, 발등엔 동전 크기의 둥글고 납작한 금동 장신구(달개)가 달려 있다. 무덤 주인 무릎 부분에서는 허리띠 장식용 은판(銀板)이, 머리 부위에선 관 꾸미개(冠飾ㆍ관식)로 보이는 금동 달개들이 확인됐다.

무덤 주인 머리 쪽 별도 공간에서는 금동 말안장과 말을 장식하는 장신구인 금동 말띠 꾸미개(雲珠ㆍ운주), 말을 부리는 데 사용하는 각종 말갖춤(馬具ㆍ마구) 장식, 청동 다리미, 쇠솥, 토기류 등이 출토됐다.

장례용 금동 신발이 나왔다는 건 피장자가 최상위 계급이라는 뜻이다. 조사 기관인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소속 김권일 선임연구원은 이날 발굴 조사 현장 브리핑에서 “금동 신발과 은 허리띠가 노출된 것으로 미뤄 무덤 주인의 신분은 왕족 내지 귀족인 듯하다”고 말했다.

금동 신발 등이 출토된 경주 황남동 120-2호분은 중앙에 있는 경주 황남동 120호분 왼쪽에 약간 떨어져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 가까이에는 120-1호분이 있다. 문화재청 제공
금동 신발 등이 출토된 경주 황남동 120-2호분은 중앙에 있는 경주 황남동 120호분 왼쪽에 약간 떨어져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 가까이에는 120-1호분이 있다. 문화재청 제공

황남동 120-2호분은 중형분(길이 12m)인 120호분 남쪽에 붙어 있는 6.5m 길이 소형분이다. 120호분 북쪽에는 다른 소형분(5.9m) 120-1호분이 있다. 조사단은 소형분 조사를 마친 뒤 중형분인 120호분을 본격 발굴할 계획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중형분을 후대 소형분들이 파고든 형태인데, 가운데 봉분을 파고들며 무덤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혈연이나 친족일 것”이라며 “소형분인 120-2호분에서 이렇게 중요한 유물이 다량 나온 걸로 미뤄 중형분인 120호분에선 더 중요한 유물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봉분에 마사토가 쓰인 점도 특이하다. 경주의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 가운데 마사토로 봉분을 쌓은 사례가 발견된 건 120호분이 처음이다. 마사토는 화강암이 풍화돼 생성된 흙으로 모래처럼 쉽게 흘러내려 봉분을 쌓는 데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에 따르면 120호분은 일제강점기에 조사돼 번호가 부여됐는데, 이후 봉분 위에 가옥 3채가 들어서며 훼손되는 바람에 최근까지 고분의 존재조차 확인하기 힘든 상태였다. 이에 문화재청과 경주시가 2018년 5월 120호분 발굴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해 조사에서 120-1ㆍ2호분을 추가 확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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