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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이코노칵테일] “근로자를 우러러보지 않는 기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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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이코노칵테일] “근로자를 우러러보지 않는 기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입력
2020.05.30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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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홍종국 ㈜현진금속 대표

홍종국 (주)현진금속 대표가 한국일보 18층 회의실에서 있었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이를 헤쳐나갈 방안 등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홍종국 (주)현진금속 대표가 한국일보 18층 회의실에서 있었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이를 헤쳐나갈 방안 등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 길도 막히고 국내 판매도 쉽지 않다. 바이어들의 왕래가 단절되다 보니 판로 개척은 꿈조차 꾸기 어렵다. 신제품을 개발하고도 출시를 계속 늦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판매가 부진한 동안에도 열심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 19사태가 진정되면 다시 시장으로 진출할 채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냉장고용 스테인리스 밀폐 용기에 내부를 볼 수 있는 투시 창을 만들어 지난해 무려 300만 개를 판매했던 ㈜현진금속도 그 중 하나다. 직원 수 80명에 지난해 매출 규모가 156억원이었던 이 회사는 올해 초 매출 목표를 25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목표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제품 개발에 여념이 없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 게이트’다. 공항 검색대처럼 사람이 이 게이트(gate)를 통과하면 방역이 된다. 화학제품 대신 전기분해 장치를 쓰는 것도 이채롭다. 게이트에 열 센서를 부착해 체온이 38도를 넘으면 경고음이 울린다.

“근로자를 우러러보지 않는 기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 회사의 홍종국 대표를 최근 만나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중소기업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많이 힘들다.

“사업부를 정수기와 생활사업 두 개를 운영하는데 다행인 건 한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고 있어 생활사업부에는 조금씩 매출이 올라오고 있다. 외국 쪽으로도 생활용품 분야에 영업을 많이 해 놓은 상태다. 코스트코나 월마트 알리바바 등에 샘플이 나가 있다. 바이어나 우리 직원이 나가서 상담을 하고 절차적인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지금은 멈춰 있다.

지금 상황은 정부가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회사가 힘이 없으면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코로나19 사태가 오기 전에 제품 개발을 몇 개 했고 출시를 늦추고 있다. 아파트 단지나 고객을 찾아가 품평회를 열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많다.”

-어떤 제품을 개발했나.

“우선은 수돗물에서 나오는 녹을 줄이는 제품이다. 가정에서 비데나 주방용품 등을 통해 인체에 녹이 묻으면 피부가 상한다. 그래서 수도여과기를 만들었다. ‘수도 안심이’라는 제품으로 수도 계량기에 여과기를 달아 내 집으로 들어가는 물의 녹을 99.9%가 걸러낸다. 지금 쓰고 있는 미세먼지 마스크보다 더 촘촘한 필터로 미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가정으로 들어가는 배관이나 정수기 세탁기 냉장고가 녹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녹을 거의 100% 잡을 수 있는 걸 개발했는데 5,000개 생산을 하고 출시를 하려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 이 제품으로 올해 매출액을 120억원을 잡았는데 멈춰 있는 상태라 속상하다.

또 하나는 ‘코로나 게이트’다. 공항 검색대 같은 모양으로 사람이 이 게이트를 통과하면 방역이 된다. 통상 화학제품을 써서 방역을 하지만 코로나 게이트는 물을 전기분해 해서 소독수가 나온다. 전해수기를 통해 수돗물을 연결해 여과기를 부착한다. 또 열 센서가 있어 체온이 38도를 넘으면 벨이 울리도록 설계했다.”

-방역 효과가 있나.

“99%다. 산성수가 나오는데 산성수는 소독 효과와 살균 효과가 있다. 지금 소독하는 방식은 화학약품을 넣는 거고 우리는 수돗물 자체의 염분을 이용한다. 그걸 전기분해 한다. 소독을 강하게 하려면 소금을 더 넣으면 된다. 조만간 회사에 설치해서 사람들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할 거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 필요할 것 같다.

“디자인만 보여줬는데 화성시청 등에서 5대를 발주했다. 대당 1,000만원이 넘는다. 판로가 확보되면 고용 창출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설치하기도 편하다. 공항에 출입할 때와 같은 방식의 검사를 할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만들었다. 군대, 학교, 대기업에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

'코로나 게이트'는 공항 검색대처럼 사람이 게이트를 통과하면 방역이 되고 체온측정이 된다. 화학제품 대신 전기분해장치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현진금속 제공
'코로나 게이트'는 공항 검색대처럼 사람이 게이트를 통과하면 방역이 되고 체온측정이 된다. 화학제품 대신 전기분해장치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현진금속 제공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겠다.

“이번에 한국에 기회가 올 거라고 본다. 우리 회사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많이 바빠질 거다. 신개발품이 있는 회사는 바쁘겠지만 저가 제품으로 중국이나 베트남과 경쟁하는 회사는 어려워질 것이다. 개발 작업에 손을 놓는 회사는 끝난다고 본다. 물론 당장 신제품개발 투자비가 많이 들어 감당하기가 벅차기는 하다.

상술에는 눈을 못 뜨고 개발하는 데만 집중해왔다. 중소기업이 어렵고 인력난이라고 하는데 강한 중소기업은 고용 창출을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 정부에서 말로만 고용 창출을 외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에 고용 창출을 할 수 있게 밀어줘야 한다.

우리 회사가 만든 밀폐 용기가 중소벤처기업부의 ‘브랜드 K’에 선정됐다. 브랜드 K는 국가에서 인정한 브랜드 아닌가. 국가가 보증할 테니 중소기업이 해외에 물건을 잘 팔아보라는 좋은 제도다. 요즘 ‘K’가 유행이다. K팝, K방역 등. 그 ‘K’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거다.”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했는데.

“대기업도 중소기업의 기술을 뺏어가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과 협력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만들면 판매는 대기업이 하면 된다. 우리는 제조공장이라 영업 마케팅은 잘못한다. 대기업이 특허 다 뺏어가고 모방하는 방식은 같이 죽자는 거다.

우리 회사 연구인력이 5명밖에 없다. 주위에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그 분야별 전문가를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발판 전문가 노즐 전문가 센서 전문가가 있지만 다 영세하다. 어쨌거나 이렇게 80%까지는 해 놨다. 나머지 20%는 자금이다. 자금만 투입하면 제품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주력제품이 뭐였나.

“스테인리스 밀폐 용기인데 투시 창을 통해 안이 보이는 용기다. 용기내부 음식이 안 보이면 부패 여부를 모른다. 한쪽이 부패하면 다른 음식까지 부패한다. 그걸 차단하기 위해서 스테인리스에 트라이탄을 붙였다. 트라이탄은 유리와 플라스틱의 장점을 결합한 소재다. 남들이 미쳤다고 했다. 4년 고생했으나 그걸로 작년에 300만개를 팔았다.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아 연일 홈쇼핑 매진행렬 중이다.

또 온수통 안에 스테인리스가 들어간다. 청호, 코웨이, 쿠쿠 등에 납품한다. 하지만 코로나 게이트는 1,000만원 대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심하면 큰돈이 들어올 수 있다. 이번에 미국이 코로나 장비 많이 가져가지 않았나.”

-중소기업이 대부분 원자재와 인건비상승 등으로 중국, 동남아 회사에 경쟁력이 밀리고 있다.

“일반 생활용품은 동남아 시장에서 경쟁력이 뒤질 수밖에 없다. 비싼 제품은 선진국에 팔아야 한다. ‘죽겠다, 죽겠다’ 하지 말고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어렵다.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개발자금을 받는 것도 절차가 어려워 문턱을 넘기가 너무 힘들다. 투자를 결정하는 위원회 등에 엉뚱한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구조도 문제다.

무엇보다 저가 제품은 내려놓고 업그레이드 된, 시장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튼튼하게 해야 한다. 누가 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누군가와 협력해야 한다.”

-누구와 협력하자는 건가.

“중소기업에 멘토가 필요하다. 정부 고위직에 계신 분들이 물러나 중소기업 멘토가 되어 주면 중소기업 대표들 정신 상태가 바뀔 것이다. 일본을 갔을 때 놀란 게 하나 있다. 은퇴한 장인들이 중소기업에 한 명씩 상주한다. 장인이 옛날에 월 1,000만원 받았다면 이제는 정부에서 100만원, 기업에서 100만원을 주는 식이다.

장인은 6개월 이상 그 회사를 안정시키기 위해 상주한다. 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1대 1로 멘토를 해 준다. 그리고 적성에 맞는 부서로 보낸다. 우리는 그런 제도가 없다.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 예산을 쓸데없는 데 쓰지 말고 이런 데 써야 한다. 대기업 임원 하셨던 분도 멘토해 줄 수 있지 않겠나.”

-수출하는 제품도 있나.

“이제 문턱이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가 좀 있다 보니 바이어들이 찾아오는 추세다. 중소기업이 기업간거래(B2B)로 사업을 할 때 인터넷에서 띄워 놓고 홈쇼핑으로 들어가느냐, 혹은 홈쇼핑에서 띄워 놓고 인터넷으로 들어가느냐 등 두 가지 맥락이 있다. 그런데 홈쇼핑에서는 가격을 너무 후려친다. 매출액만 올라가지 이익은 남지 않는 구조다. 이것도 문제가 많다. 바뀌어야 한다.”

-회사를 설립한 것이 언제쯤인가.

“2003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이 자리까지 온 거다. 1억 6,000만원 가지고 5명이 시작해 현재 80명의 직원을 데리고 있다. 많이 키웠다. 특히 문 닫은 회사의 근로자들을 안타깝게 생각해 끌어안았는데 그들이 다시 보답했다. 나도 근로자 생활을 해 봤다. 회사가 문 닫으면 근로자들은 힘들다. 그 기술자들을 영입해오니 기술력이 창출됐다.”

-회사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 주로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네팔이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인과도 일해 봤는데 네팔인이 우리와 정서가 잘 맞다. 초창기에 네팔인 3명을 불렀을 때 한국의 기본 교육을 가르쳤다.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가르쳤다. 나도 기본적인 네팔어도 배우고 어깨도 두들겨 주며 정서를 알려줬다. 다음에 오는 직원은 네팔인들이 알아서 가르친다.”

-이들의 인적 역량 수준은 어떤가.

“거의 대학을 졸업했고 박사급도 있다. 선생님이나 공무원 하다가 온 사람도 있다. 그 친구들이 다시 돌아가서 장관을 할지 국무총리가 될지 모른다. 인간적으로 대해 주면 한국을 알리는 홍보 역할을 하게 된다. 이들이 머무는 기숙사를 호텔처럼 꾸며놨다.

근로자를 위해야 회사가 산다. 근로자를 무시하는 사장은 절대 회사를 키우지 못한다. 관리자 중에도 네팔인들이 많다. 대리, 주임, 반장 다 네팔 친구들이 한다. 외국인이니 안 된다는 고정관념은 없다. 여자 남자도 가리지 않는다. 여자도 능력 있으면 부장하고 대통령도 해야 한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정책의 영향은 없나.

“임금은 자율적으로 놔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250만원 받던 사람이 최저임금이 올라 300만원을 받는데 세금이 50% 올랐다면 결국 소득은 별로 늘지 않고 세금만 늘어난 거다. 회사도 그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

근로자에게 세금을 올리는 건 반대다. 근로자들은 월급을 올려주면서 세금도 그만큼 올리면 의미가 없다. 그럼 월급이 오른 게 아니다. 월급 500만원 아래로는 세금을 깎고 500만원 위로는 세금을 올리는 등의 보완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좌우명 같은 것이 있나.

“근로자와 내가 상생하자는 거다. 내가 회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만들어 놨으면 이건 근로자 들 거다. 법인이기 때문에 내 것이 아니다. 내가 물러나면 고문 명찰 달고 300만원만 달라고 할 거다. 그럼 연금이 180만원이니 월 480만원 나온다.

그 정도면 충분히 누리고 산다. 나머지는 근로자들이 돈을 벌어 보너스를 가져가라는 거다. 근로자를 우러러보지 않는 대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모든 근로자가 대표라는 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는 게 목표다.”

-출산율이 점점 낮아져서 앞으로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충원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젊은 직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에서 할 일이다. 우리가 고용보험료를 많이 낸다. 그 자금이 남아돈다. 그 자금으로 가방만 들고 공장이 있는 면 소재지로 오면 바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면 지역에는 오피스텔 빈 곳이 많다. 근로자가 우리 회사에 취직했을 때 가방만 들고 오면 되게 해야 한다. 집세와 관리비도 10만원 정도만 받아야 한다. 그러면 지방 인력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 이 지역으로 오면 집세 내고 출퇴근 하는 데만 50만~60만원이 든다. 월급에서 그거 빼고 나면 빠듯하게 살 수밖에 없다. 또 근로자들에게 목돈을 만들게끔 재형저축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정책으로 숨통을 틔워 준다면 중소기업도 견딜만하다. 그래서 근로자들이 돈을 모아 집도 사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지 않겠나. 지금 정부 정책은 입으로만 아이 낳으라는 거 아닌가. 탁상공론이다. 현장에 와서 조사해서 중소기업이 애타는 게 뭔지를 파악해야 한다.”

-물이 끓으면 ‘삐~익’ 소리를 내는 하모니 주전자가 첫 발명품이라고 들었다.

“회사원 생활을 할 때인 1986년 일본 전시회를 갔다. ‘삐’ 하는 소리가 들려서 봤더니 보리차를 끓이는 주전자였다. 그걸 들여와서 더 좋은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하모니카 원자재를 주전자 주둥이에 꽂아 소리가 나도록 했다.

물을 끓여 보니 일본 제품보다 더 시끄럽고 좋았다. 우리는 양은 주전자밖에 없을 때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일본 주전자가 6만원에 팔렸는데 우리는 1만8,000원대에 팔았다. 엄청나게 팔리면서 보너스를 많이 받았고 덕분에 아파트도 장만했다.”

조재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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