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을 열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옛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운영 방식에 작심 비판을 쏟아냈지만, 윤 당선인은 침묵을 이어 가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와 맞서 진실게임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의혹이 눈덩이처럼 쌓이고, 위안부 운동이 피해자가 아니라 정의연을 위한 활동으로 변질됐다는 지적까지 나온 마당이다. 정의연을 이끌어온 책임 있는 주역으로서 이제는 입장을 내놓을 때다.
국회의원 당선인으로서 잘못된 의혹 제기가 있다면 기자회견 등 공개 입장 표명을 통해 바로잡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2주 넘게 잠행을 계속하면서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를 친일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뜻이 맞는 일부 매체를 통해서만 찔끔찔끔 해명을 내놓는 데 그쳤다. 그러고도 의혹이 확대되자 예고 없이 이 할머니를 찾아가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할머니가 안아준 것을 용서로 포장했다가 역효과만 낳았다.
지금 상황은 윤 당선인이 이 할머니를 달래 폭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정대협의 부실 회계 문제는 윤 당선인이 자산 형성 과정에 대해 명쾌하게 소명하지 못하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진 상태다. 또 피해 할머니가 운동에 이용만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표방한 단체로선 심각한 위기다. 정의연이 자신들과 의견을 달리한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아예 배제해 온 노선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의연 활동을 인정받아 비례대표로 뽑히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의정활동 목표로 세운 윤 당선인이 이 문제에 침묵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조만간 윤 당선인이 입장 표명을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혹시라도 의원직을 유지하며 여론과 검찰 동향을 지켜볼 생각으로 21대 국회 개원까지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무책임하다. 이미 극우 세력의 역사 왜곡과 위안부 운동 흔들기가 시작됐다.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이라는 진영의 엄호 속에 숨어 있을 때가 아니다. 윤 당선인은 위안부 운동의 진로가 공론장에서 제대로 논의될 수 있도록 공개석상에 나와 이 할머니가 던진 질문에 성실히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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