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원 처우개선 끌어 낸 포스코휴먼스 노조 최재영 부위원장
“해고를 통보 받은 동료 3명이 ‘부당해고’ 판정을 지난 22일에 받아냈고요, 그 전에는 회사의 파견법 위반 사실도 밝혀내서 근로자들이 직접고용 되는 길도 열렸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 사이 급여도 올랐고, 처우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모두 노동조합이 생긴 뒤 일어난 일들이죠.”
작년 9월 19일 결성된 ‘신생’ 노조, 포스코휴먼스 노동조합의 최재영 부위원장은 25일 “노동절이 있는 5월에 연이어 좋은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모든 조합원들이 보다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저마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휴먼스는 포스코가 2008년 장애인 고용과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등의 목적으로 처음 만든 자회사로, 2010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포스에코하우징이 합쳐져 2013년 출범했다. 포스코를 비롯, 전남 광양제철소 등 전국의 포스코 자회사에 차량운전과 IT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주업으로 한다. 전체 직원 수는 670여명이고 이중 노조원은 18명이다.
최 부위원장은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계약 만료 시점에 노조원들이 줄줄이 해고 통지를 받았고, 심지어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방법으로 운전대를 빼앗아 갔다”며 “짧은 기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사측의 불합리와 부조리, 불법에 하나 하나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1월 10일 포스코케미칼 임원 차량 운전직으로 입사한 최 부위원장은 입사 2년이던 지난 1월 10일 사측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황재필 노조위원장과 함께 노조 설립을 주도한 것은 이 같은 일이 미래에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 부위원장은 “많은 선배들이 십 수년간 같은 일을 해도 경력 인정을 못 받는 상황에서 매년 계약 갱신으로 불안정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동료들이 의기투합했다”며 “노조의 이름으로 싸운 지난 시간은 이중적이고도, 설립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사회적기업 포스코휴먼스’를 밖에 알리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11월 노조는 고용노동부 포항고용노동지청에 포스코와 그 계열사 포스코케미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의 파견법 위반 사실을 진정했다. “파견 운전원으로 근무하는 직원이 2년 동안 동일 사업장에서 같은 업무를 본 만큼 포스코 등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만이던 지난 7일 포항지청은 포스코, RIST, 포스코케미칼에 포스코휴먼스 파견 운전원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명령 지시를 내렸다. 포스코휴먼스 직원 중 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은 102명이다.
또 노조원들에게 내려졌던 파견종료, 즉 해고에 대해서도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지난 22일 복직 판결을 이끌어냈다. 올 초 계약만료로 해고 통보를 받은 정모(40)씨와 윤모(32)씨가 주인공이다. 사건을 받은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두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측이 두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거절하려면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하지만, 복장불량이나 불만접수 등 거절할만한 객관적 정황이나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앞서 11일에는 RIST에서 1년간 임원 차량을 몰다 지난 1월 해고된 박모(49)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포스코휴먼스는 정규직 전환평가 기준에 따라 계약 연장여부를 판단해야 하지만, 근로자(박씨)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도 표현되는 사측과 노조의 싸움이지만 최 부위원장의 발걸음은 지난해 9월 이전보다 한결 가볍다. “신생 노조이고 압박도 더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성과가 나오니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비노조 동료들도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시작이다’ 생각하고 가려 합니다.”
포스코는 이날 오후 늦게 “시정지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후속 조치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항=글ㆍ사진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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