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40조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집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운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는 20일 지원 대상 및 활용 방안을 정한 데 이어, 당일 국회 정무위가 의결한 기금운용심의회 위원 추천안건을 접수해 금명간 위원 7인을 확정한다. 산업은행도 21일 ‘기안기금본부’를 신설하고 최고 책임자로 강병호 구조조정2실장을 선임했다. 정부는 다음 주 기금운용심의회 첫 회의를 열고 6월부터 지원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원 업종을 항공과 해운, 여타 기간산업으로 명시하고, 구체적 기준을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수 300인 이상인 기업으로 정했다. 대기업에 지원을 집중하되, 항공ㆍ해운 업종뿐만 아니라, 자동차, 유화, 철강, 정유 등의 업종에도 지원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하지만 구체적 지원 평가에서 일자리 유지가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자칫 고용지원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 이후 기간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전략적 성과를 거두려면 기업 성장 가능성, 비전, 혁신 역량 등도 비중 있게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원에 정치적 입김을 얼마나 차단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일단 기금운용심의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모양새는 갖췄다. 하지만 정부ㆍ여당 추천 인사가 다수를 차지해 산업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가 지원의 향방을 가를 위험이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된 쌍용자동차나 일부 저비용항공사(LCC) 지원 문제는 정치 논리에 빠질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흐를 것이라는 지적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기안기금은 1997년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과 비슷한 측면이 크다. 당시 집행은 ‘회수 가능성’과 ‘구조조정’을 전제로 했다. 위기 후 기업의 존속 및 성장 가능성을 비중 있게 따지면서 경쟁력 제고도 감안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지원과 관련, “그 땐 구조조정이 중심이었지만, 이번 위기 극복의 전제조건은 고용 유지”라고 했다. 기업의 존속과 성장을 담보하지 못하는 혈세 지원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지원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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