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中 ‘홍콩 보안법’ 정면충돌… ‘암운’ 짙어진 新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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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中 ‘홍콩 보안법’ 정면충돌… ‘암운’ 짙어진 新냉전

입력
2020.05.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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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전인대 “보안법 제정” 기습 발표… 홍콩 패싱 ‘일국양제’ 원칙 흔들어

트럼프 “실제 행동 땐 강력 대응”… 상원은 中제재 ‘홍콩자치법’ 추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양자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사카=AP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관계가 악화일로인 가운데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방침을 두고 양측이 정면충돌했다. 중국이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의 사망 선고나 다름없는 초강경 조치를 내놓자 미국은 곧바로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미국이 안보ㆍ경제ㆍ무역 등 전방위 대중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민감한 홍콩 문제까지 재부상하면서 ‘신냉전’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은 21일(현지시간) 전날 중국의 기습적인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발표에 강력 반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실제로 움직임에 나서면 매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상원에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미중관계 재검토”를 공언한 가운데 초당적 대중 제재 법안 논의가 시작됐다. 홍콩 국보법을 시행하는 중국 관료ㆍ기관을 제재하고 이들과 거래한 은행에 징벌적 조치를 가하는 내용의 ‘홍콩자치법’이다. 발의 의원들은 “중국 공산당의 ‘뻔뻔한 간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은 21일 오후 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홍콩특별행정구는 중국의 분리될 수 없는 한 부분”이라며 “전인대 대표들은 헌법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홍콩의 국가안보를 지키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홍콩 동포를 포함한 전 인민의 근본이익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정치ㆍ사회체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법률 제정이 홍콩 시민들의 거센 반발 때문에 홍콩 입법회에서 번번이 무산되자 아예 베이징 당국이 직접 칼을 빼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과정뿐 아니라 법안 자체가 일국양제 원칙을 뒤흔든다는 평가와 비판을 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이를 감수하겠다고 나선 건 미국이 일국양제를 빌미로 대만ㆍ홍콩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조치는 홍콩의 법적 결함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홍콩 문제가 더는 미중 간 외교문제가 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 공세는 이미 중장기 전략 차원으로 넘어간 모습이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백악관이 최근 의회에 제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를 두고 “근래 들어 표현이 가장 강하다”면서 “이번 문건은 ‘이제 중국과의 냉전을 인정해야 하고 이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식”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상의 신냉전 선포로 받아들인 것이다.

때마침 미 해군 태평양사령부는 전날 방역과 수리를 위해 일본에 정박했던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의 인도ㆍ태평양지역 재투입 계획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곤욕을 치른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는 앞서 해당 수역에서 임무를 재개했다.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내 중국의 군사활동을 겨냥해 복수의 항모전단을 배치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보고서에는 트럼프 정부의 인도ㆍ태평양전략을 거론하면서 “중국의 악의적인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ㆍ일본 등 역내 동맹국과 협력적 관계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은 자국 중심의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추진 사실을 공개하면서 한국과 논의했다고 일방 공개하는 등 동맹국을 향해서도 대중 포위전선 동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속이었던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 뉴욕타임스(NYT)에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은 남아 있던 일국양제의 겉치레마저 벗긴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구소련의 베를린 봉쇄로) 동서 냉전이 본격화됐던 1948년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관계가 신냉전으로 치닫는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민감한’ 홍콩 문제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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