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방음벽에 붙어있는 오래된 등나무 줄기 뒤편으로 새싹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햇볕이 앞에서 비칠 때는 뒤편의 싹들이 보이지 않지만, 햇살이 뒤쪽에서 비치면 녹색의 싹들이 썩은 줄기보다 더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니 갑자기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기부금 운용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진실싸움이 떠올랐습니다. 기부금을 할머니들을 위해 쓰지 않았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문제가 안성 쉼터의 내분과 부실회계 의혹으로 번졌고,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의 해명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관련 단체의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단행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이 지금 등나무 줄기의 음영과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썩어가는 줄기들 뒤편으로 새롭게 싹 튼 잎사귀들은 평상시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밝은 빛을 만나면 그 모습을 드러내듯 '진실'은 언젠가는 반드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루빨리 위안부 할머니들을 둘러싸고 있는 의혹들이 낱낱이 밝혀져 할머니들의 아픈 마음이 치유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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