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9일 신임 경호처장 임명장 수여식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유현상 신임 경호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고, 유 처장의 가족이 참석해 이를 지켜봤다. 경호처장 임명장 수여식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청와대는 첫 공채 출신이자 내부 승진 경호처장을 격려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18명의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경호처장(과거 경호실장) 중 내부 발탁 인사는 유 신임 처장과 주영훈 전 처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염상국 실장 등 3명뿐이다. 과거 군사정권의 장기 집권으로 인해 경호실장 중엔 군 출신이 13명으로 가장 많다. 경호실 내부 출신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경찰 출신이다. ‘대통령의 그림자’답게 과거 대통령들이 남긴 사진 속에서도 역대 경호실장들이 자주 등장한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장기간 집권한 데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군 출신이다 보니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의 신변을 책임지는 경호실장 자리는 자연스럽게 군 출신 심복들의 몫이 됐다.
2대 박종규 실장은 대통령 신체에 대한 경호와 더불어 ‘대통령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서도 안 된다’는 ‘심리경호’를 시작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누구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권총을 겨누는 바람에 ‘피스톨 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역시 군 출신인 3대 차지철 실장은 최고 권력자와의 밀접한 관계임을 내세워 경호 업무 외에 국정에까지 개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호실장에 의한 일종의 ‘국정농단’이 박정희 정권의 몰락을 재촉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의 장세동 실장은 ‘심리경호’를 넘어 대통령의 심리적 안정을 미리 살피는 일명 ‘심기경호’를 폈다.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는 일이나 언행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호실장이 미리 차단하고 응징하는 ‘과잉경호’였지만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장 실장이 ‘실세’라는 인식이 각인되면서 국정에는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역대 군 출신 경호실장의 잘못된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장관급인 경호실장 자리를 차관급으로 격하시켰고, 노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에는 ‘경호 전문화’를 위해 경찰청장 출신 김세옥 실장을 발탁했다. 노 전 대통령은 두 번째 경호실장으로는 경호실 출신인 염상국 실장을 임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군 출신인 김인종 실장을 임명했고, 이어 경찰 출신 어청수 실장을 발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군 출신 박홍렬 실장을 임명하면서 경호실장 직급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다시 격상시켰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경호실 가족부장으로서 관저 경호를 담당하다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 부부를 경호한 주영훈 전 처장을 발탁했다. 1984년 경호관 공채 출신인 주 전 처장은 ‘노무현의 호위무사’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에 임명된 유 신임 경호처장은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내실 있게 추진해 대통령 경호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내부조직의 혁신과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경호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역대 경호실장의 평균 임기는 3년 7개월가량이다. 최장 임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경호한 안주섭 실장으로 1998년 2월 25일부터 2003년 3월 3일까지, 대통령 임기 내내 경호실장 직을 수행했다.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 당시 박상범 실장의 경우 1993년 2월 25일에서 1994년 12월 24일까지 1년 10개월로 임기가 가장 짧았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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