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이 잇따라 원격의료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오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4일 “비대면 진료 확대와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발굴 등 보건의료 대책의 과감한 중심 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비대면 의료 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13일에는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부정적 입장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긍정적인 평가도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 경우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사태로 지난 2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전화상담 진료 이용이 27만건을 넘는 등 원격의료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원격의료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월등한 자본력과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가속화해 기형적인 의료 전달 체계를 더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안전성 문제가 해소 안 된 상태에서 이를 허용하면 원격 진단 지원 시스템을 판매하는 국내외 대기업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점도 귀 기울일 만하다. 국민 건강이 대기업과 대형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의료민영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원격의료의 안전성 문제는 극복 가능하며, 의료 접근성 향상 차원에서 더 이상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건강권의 보호가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원격의료를 산업 육성 측면에서만 바라볼 경우 국민건강권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정청은 이미 2018년 8월 군부대와 원양어선, 교정시설, 의료인이 없는 도서벽지 등 4개 유형에 대해서만 원격의료를 도입하기로 하고 이런 내용으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의료접근성을 높이면서도 국민건강권을 훼손하지 않는 방안으로 이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원격의료 추진에 관한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은 의료산업 육성에 방점이 찍혀 있어 우려스럽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혼란스럽다. 원격의료 도입 논의의 전제는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 해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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