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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민 갑질 시달리는 경비원들… “입주자대표회의에 사용자 책임 부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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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민 갑질 시달리는 경비원들… “입주자대표회의에 사용자 책임 부과해야”

입력
2020.05.14 17:08
수정
2020.05.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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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주민 괴롭힘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최희석 경비원의 유족들이 노제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주민 괴롭힘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최희석 경비원의 유족들이 노제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24시간씩 맞교대 경비업무를 하는 A씨는 한 입주민의 밤낮없는 억지 민원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A씨는 “입주민이 전화 통화에서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 듣냐’, ‘입주민 카페에 올리겠다’며 10분 넘게 일방적으로 호통을 치기도 했다”며 “정신적 고통이 한계치에 달했다”고 호소했다.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하는 B씨는 한 입주민이 “다른 사람을 구하겠다,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일부러 모래를 쏟고, 음식물 쓰레기를 단지 내에 뿌리는 등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참다 못한 B씨는 그만 둘지 고민하면서 “입주민 갑질에 일을 그만두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거냐”고 하소연했다.

입주민으로부터 막말 등 괴롭힘을 당하는 경비원과 미화원들이 적지 않아 입주자대표회의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에는 입주자의 폭언과 폭행, 협박 등 괴롭힘 때문인데,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용자인 입주자대표회의에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얘기다.

14일 노동인권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경비원, 미화원 등 아파트 노동자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입주민들의 갑질 사례들을 소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씨의 사망 사건에 앞서 6년 전인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도 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분신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으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아파트 노동자에게 입주민, 관리자 등이 왕처럼 군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갑’의 위치에 있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사용자’로 지정, 용역업체와 공동으로 아파트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 등은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근로자의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은 있지만, 이를 어길 시 처벌조항은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에도 고객(입주민)으로부터 경비원 노동자가 폭언, 폭행 등 피해를 당했을 때 가해자인 입주민에 대한 조치는 담고 있지 않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든지, 위탁관리가 불가피해 직접고용이 어렵다면 용역업체와 공동으로 사용자책임을 지도록 공동주택관리법에 명시해야 한다”며 “사용자로 명시하면 감정노동자 보호법에서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용자로서 같이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노동자를 향한 갑질 등에 대한 정부의 실태파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LH공사, 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지은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 미화원, 가전기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와 함께 갑질 실태조사를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조합이 극히 적고 고령자가 많은 경비ㆍ미화 노동자 특성상 온라인 직장갑질 제보도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나서 실태 파악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직장갑질119는 제안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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