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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의연 ‘부실 회계’, 위안부 운동 흔들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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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의연 ‘부실 회계’, 위안부 운동 흔들지 말아야

입력
2020.05.14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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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제1439차 일본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제1439차 일본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정의기억연대와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활동에 대한 논란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언론은 정의연의 부실 회계를 지적하며 의혹을 키우고, 정치권은 친일-극일 논쟁으로 정쟁화하고 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뒷전으로 밀치고 한일 간 외교적 해결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민단체의 부실 회계와 비리는 구분되어야 하며, 위안부 운동의 본래 취지는 잊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의연 기부금 사용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은 대체로 회계 처리의 실수로 해명된다. 여러 행사에서 지출한 금액을 맥줏집에서 사용한 것으로 한번에 기재했거나, 여러 피해자 지원을 역시 뭉뚱그려 99명, 999명에 지원한 것으로 기재했다고 정의연은 해명했다. 국세청은 오류를 수정토록 재공시 명령을 내렸지만 의도적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정대협에서 활동해 온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딸 유학비용 자금 출처를 소명하는 등 횡령 사실도 드러나지 않았다. 단체가 모금한 기금이 피해자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피해자 구제 단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역시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시민단체의 부실 회계는 있어선 안 되며 정의연은 더 투명하게 회계를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사적 유용이 아닌 단순한 회계 오류라면, 정의연을 비리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권이 가세해 수요집회 무용론을 주장하거나 정의연에 대한 모든 문제 제기를 친일로 몰아가며 정쟁화하는 것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이미 보수단체들이 정대협과 윤 당선인을 고발하는 등 진영 간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혼란스럽고 소모적인 논쟁 가운데 13일 1439차를 맞은 수요집회의 취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정의연과 정대협이 30년 가까이 한 주도 쉬지 않고 수요집회를 열어온 것은 비극적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 피해자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표를 위해서였다. 이용수 할머니는 다만 그 운동 방식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입장문에서 “정의연·정대협 활동의 성과에 대한 폄훼와 소모적 논쟁은 지양돼야 한다”며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고 2015년 합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밝혔다. 정의연 죽이기식 비판이 아니라 정의연 살리기를 통한 위안부 운동의 재건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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