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송파구자원순환공원 재활용 선별장에 폐기 품목으로 분류된 쓰레기를 가져와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재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으레 알고 있는 제품들 중 재생이 불가능한 것이 의외로 많다. 음식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플라스틱 용기, 이물질에 오염된 제품, 두 가지 이상 소재로 이뤄진 물품은 재활용이 어렵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거나 폐기물 배출용 마대를 구입해 배출해야 한다. 전자기기는 따로 내놓아야 한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이현정(38)씨는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다. 퇴근 후 귀가 시간이 늦다 보니 음식을 직접 조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포장돼 오는 배달음식은 네 식구가 먹고 나면 뒤처리가 만만치 않다. 이씨는 “배달시킬 때마다 쓰레기가 많이 생겨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설거지하듯 깨끗이 씻은 다음 종류별로 잘 분류해서 버리니까 재활용은 잘될 것 같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혼자 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중인 강모(29)씨는 즉석밥, 컵라면 같은 가공식품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는 일이 잦아졌다. 강씨는 “일일이 씻지는 않아도 종이,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은 구분해서 버린다”며 “지금까지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으니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사람 모두 틀렸다.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분리 배출’은 했으나 또 다른 자원으로 재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뜻이다. 배달 음식이나 가공식품의 기름기와 양념 등으로 오염된 일회용기는 재활용 공정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대부분 폐기의 수순을 밟는다.

잘못 배출된 재활용 쓰레기는 따로 선별해 폐기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노동력과 추가 비용이 든다.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자원순환공원 선별장에선 수거된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전달되는 배출물을 재질과 상태에 따라 ‘재활용’과 ‘폐기’로 분류했다. 폐기로 분류된 쓰레기는 열병합발전소의 원료가 되거나 매립, 소각된다. 선별장 직원은 “최근 하루 80~90t 정도가 수거돼 들어오는데 이 중 절반가량만 재활용 처리 업체로 보낸다”고 전했다. 송파구 자원순환공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민은 자신이 분리 배출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지만 현장에서 보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경우 선별장 환경을 악화시켜 분류 작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종이 재질의 컵라면 용기는 코팅 처리돼 있어 재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스티로폼 용기는 깨끗한 상태로 유지되지 않는 이상 재활용이 어렵다.
배달음식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는 음식 양념이 잘 배는 등 이물질에 취약하다. 플라스틱 용기에 덧씌우는 비닐 또한 재활용 효율을 낮춘다.
공기 정화용 필터는 종이와 스폰지,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질이라 역시 재활용이 어렵다. 먼지에 이미 오염됐기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분리 수거 후 폐기될 운명에 처한 ‘재활용 쓰레기’를 자세히 보면 빨간 떡볶이 국물 자국이 남아 있는 플라스틱 용기부터 고무로 만든 신발, 장난감, 키보드, 돗자리, 헬멧까지 다양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플라스틱이다. 특히, 오염된 플라스틱은 선별ㆍ분쇄ㆍ세척 과정에서 다른 재료와 섞이면서 전체적인 가치를 하락시키므로 재생 공정에 투입하지 않는 것이 낫다. 인천 남동구의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제대로 배출된 다른 쓰레기까지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내용물의 완전 제거가 불가능하다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놓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음식물에 오염되지 않은 플라스틱 용기 외에도 뚜껑과 라벨을 분리하지 않은 페트병은 그 자체로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같은 플라스틱이라고 해도 세부 재질별로 녹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재활용 공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몸체는 페트(PET), 뚜껑은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라벨은 폴리프로필렌(PP)으로 분류된다. 페트병을 재활용하기 위해선 재질에 따라 일일이 분리한 후 배출해야 한다.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재활용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성분을 합성해 만든 제품으로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재질 용기가 해당한다. 재활용 표시가 있지만 ‘other(기타)’로 표시된 제품 역시 재생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 밖에 종이나 비닐 소재가 함께 사용된 코팅지나 봉투, 플라스틱과 금속으로 조합해 만든 장난감 및 가전제품은 재활용이 안 된다. 재질별 재생 공정에 각각 투입하기 위해선 손으로 일일이 성분에 따라 분리해야 하는데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분리 배출 시 재질별로 분리가 불가능하다면 재활용품이 아니라고 보는 게 맞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선거 유세 홍보물. 스티로폼 재질에 종이가 붙어 있는 형태로 역시 재활용 품목이 아니다.
손잡이는 천 소재 섬유이고 몸체 부분은 비닐 소재로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돗자리 또한 다양한 재질로 제작하기 때문에 재활용 품목이 아니다.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여러 성분을 혼합해 제작했기 때문에 역시 재활용 품목이 아니다.
종이와 비닐을 분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역시 폐기하는 것이 낫다.
전자기기는 플라스틱 뿐만 고무, 금속 등 다양한 소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따로 배출해야 한다.
다양한 재질의 부속으로 만들어진 헤드폰도 재활용이 어렵다.
다른 재질을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장난감도 재활용할 수 없다.
플라스틱 소재가 많지만 스티로폼, 섬유 등 다른 소재가 사용되는 헬멧도 재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이승희 경기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혼합물은 한 가지 물질로 분류했을 때 비로소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최초에 분리 배출을 잘하면 선별 세척 등 이후 과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유가 하락이나 재활용품 수출입 제한 등 대외적 충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쓰레기를 버릴 때 종량제 봉투에 넣으면 ‘악’, 재활용으로 분리배출하면 ‘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애매한 쓰레기는 재활용으로 분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효율성을 좀 더 높이려면 재활용이 확실히 되는 품목만 분리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문소연 이동진 인턴기자

금속과 플라스틱이 섞여 있는 통발은 재활용되지 않는다.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진 시계 역시 폐기 대상이다.
재질이 고무인 신발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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