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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풍선효과? 그들이 클럽 대신 몰려간 곳은

입력
2020.05.13 08:00
수정
2020.05.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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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What] 감성주점ㆍ헌팅포차ㆍ콜라텍…

무늬는 클럽과 다르지만 밀집도 높은 건 차이 없어

서울 송파구의 한 감성주점에서 손님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승엽 기자
서울 송파구의 한 감성주점에서 손님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승엽 기자

“이름에 상관 없이…”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이곳 유흥업소를 방문한 환자 수십 명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0일 온라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주 동안 집합금지 긴급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장소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경기도 내 모든 클럽, 룸살롱, 스탠드바, 카바레, 노래클럽, 노래바 등 유흥업소와 함께 일반음식점 중 감성주점, 콜라텍을 꼽으며 단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정국에서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만만치 않습니다. ‘클럽’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가 강화되자 젊은이들이 이와 유사한 ‘감성주점’, ‘헌팅포차’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방역당국을 당황케 했는데요. 업종 분류와 관계없이 사실상 클럽과 유사한 특성을 띠는 탓에 ‘명칭을 불문하고’와 같은 표현이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곳들은 대체 어떤 곳들이기에 이렇게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주점인데 춤을 춘다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감성주점에 손님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감성주점에 손님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아마 40, 50대라면 감성주점이라는 용어를 이번에 처음 들어본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지나가다 간판을 봤어도 주점이니 술과 음식을 파는 곳이겠거니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냥 주점이 아니라 ‘감성’이 있는 주점이잖아요. 이곳에서는 춤을 출 수가 있습니다. 가게 테이블 사이의 틈새를 이용해 고객들이 올라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요. 자리에서 그냥 일어나 춤을 출 수 있도록 하기도 합니다.

감성주점이 탄생한 건 2010년대 초반부터라고 하는데요. 강남, 홍대 등을 비롯해 각 지역의 상업지구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복고 음악과 인테리어 등을 콘셉트로 삼아 일반 클럽과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하죠. 워낙 인기가 좋다 보니 체인 형태로 운영하는 감성주점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클럽처럼 입장료를 내거나 무대가 별도로 설치돼 있는 건 아니에요. 이성과의 만남이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춤을 추다 마음이 맞으면 테이블을 옮겨 얘기를 나누기도 하죠. 먹고 마시는 가운데 부담 없이 춤까지 출 수 있어 2030세대가 주로 찾습니다.

포장마차에서 헌팅을?

서울 강남역 일대의 한 헌팅포차 앞에 손님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이승엽 기자
서울 강남역 일대의 한 헌팅포차 앞에 손님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이승엽 기자

헌팅포차는 들어보셨나요. 이름 그대로 주류와 음식을 취급하지만 ‘헌팅(이성과의 즉석만남)’을 하는 포장마차 콘셉트의 장소인데요. 2010년대 중반쯤부터 이 같은 성격의 업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고, 역시 유동인구가 많은 유흥가에 밀집해 2030세대가 주로 방문한다고 합니다. 보통 이름에 ‘포차’가 들어가고 이성간의 만남을 암시하는 입간판 등이 있기도 하지만 외부에서는 일반 포차 업소와 구분이 어렵고 입소문 등으로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요.

춤을 추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감성주점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마음에 드는 이성과 합석해 대화를 하는데요. 직접 가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테이블에 번호를 매겨 매칭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상대를 바꿔가며 이야기하다 보면 타인과의 대면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겠죠.

특히나 헌팅포차의 경우 한정된 공간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수록 이성간 만남이 활발해지고, 업소 입장에서는 이익이 나는 만큼 테이블 간격이 충분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 많은데요. 식음료를 취급하는 데다 이 같은 업소 특성 때문에 코로나19의 매개체인 비말(침방울)이 전파되기 쉬운 환경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젊은이들만? 어르신들의 클럽도

콜라텍은 이른바 ‘어르신들의 클럽’으로 불리는데요. 춤을 추며 사교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류 대신 음료수를 취급하죠. 콜라텍이 생기기 시작한 초기인 1980~1990년대에는 청소년을 타깃으로 했지만 현재 주 이용층은 6070 어르신들로 서울에서는 주로 종로와 영등포 등 노령 인구가 많이 찾는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요. ‘댄스클럽’ 등의 이름을 쓰기도 합니다.

앞서 부산에서 발생한 감염 경로가 모호했던 70대 확진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 전 콜라텍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죠. 다중이용시설이지만 당시 부산시가 일제 점검에서 콜라텍을 제외했던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왜 단속 대상에서 빠졌나

서울 서대문구의 한 상업지구에 유흥시설이 밀집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상업지구에 유흥시설이 밀집해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클럽과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는 감성주점, 헌팅포차, 콜라텍이 어떻게 방역 초기 단속 대상에서 빠질 수 있었을까요?

식품위생법 시행령은 음식류를 취급하고 부수적으로 음주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장을 일반음식점, 주로 주류를 취급하고 노래를 부르는 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장을 단란주점, 유흥종사자를 두거나 무도장 등 유흥시설을 설치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장을 유흥주점으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앞서 언급한 세 업종이 모두 단속 대상인 단란주점이나 유흥업소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성주점과 헌팅포차는 ‘일반음식점’입니다. 감성주점의 경우 춤, 즉 ‘유흥’이 가미돼 있어 유흥업소로 분류되지 않는 것이 의아할 수 있는데요. 따로 접객원을 두지 않고 별도로 춤추는 무대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됐죠. 또 콜라텍은 무도회장 성격이 강하지만 체육시설 등에 필요한 허가ㆍ등록업이 아닌 ‘자유업’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이 초기 방역당국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면서 기존 클럽 이용자들이 이 같은 유사 업소로 옮겨가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방역당국은 11일 “감성주점이나 헌팅포차와 같은 유사한 형태의 업종에 대해서도 방역지침 준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감염병 예방의 측면에서 봤을 때 밀폐된 공간에서 높은 밀집도로 대면접촉을 하는 고위험 다중이용시설이라는 점은 본질적으로 같은데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명칭을 불문하고’ 감염 위험이 높은 곳에는 방문을 자제하고 개인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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