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상 사망ㆍ상해시 처벌… ‘후원금’ 사기 여지 있지만
수의사 결격에 ‘형법’ 해당 없어…“진상조사 중” 공은 대학에
“이런 사람이 수의사가 돼도 되는 겁니까?”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콘텐츠로 구독자 50만명 이상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의 수의대생 유튜버들이 사실은 펫샵에서 동물을 사와서 조작된 영상으로 후원금을 벌고, 조회 수를 높이려고 햄스터를 죽이거나 고양이를 굶기는 등 학대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11일 이들이 수의사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갑수목장’ 운영자 박모 씨와 편집자 김모 씨는 한 지방 국립대 수의과대에서 각각 본과 3학년·4학년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6일 박씨, 김씨와 같은 학교 수의대생들은 유튜브에 그 동안 이들이 콘텐츠를 제작한 과정을 담은 녹취와 사진 자료 등을 담은 영상 ‘갑수목장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관련기사 유기묘 구조했다더니 펫샵서 구입…유튜브 ‘갑수목장’ 동물학대 논란
이후 동물단체 등이 박씨와 김씨를 경찰에 동물보호법 위반, 형법 상 사기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폭로의 주체였던 박씨와 김씨의 같은 대학 수의대생들은 이날 오전 경찰에 나가 고발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어 프렌즈’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변호사들이 고발인 측에서 이번 사건의 무료 변론을 맡았다.
현재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단계이지만 박씨가 해명 영상을 통해 “레이, 노루, 절구(동물 이름)가 펫샵에서 왔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대나 방치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의혹을 일부 인정하면서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씨와 김씨가 수의사로 일하고 동물을 치료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라며 “수의대 제적을 요구한다”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과연 박씨와 김씨는 수의사가 될 수 있을까? 법조계에서는 “의혹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수의사법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결격 사유가 되기 어렵다”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큰 쟁점은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되느냐다. 동물보호법에 저촉돼 실형을 받을 경우 수의사법 5조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다만 동물보호법에는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만 처벌 규정이 적용된다. 또한 마트에서 사온 햄스터를 방치해 고양이가 물어 죽였다고 하더라도 “그럴 줄은 몰랐다”라며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할 경우 직접 인과 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 아울러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해도 벌칙 규정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돼 있어 형량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보살피는 콘텐츠를 방송하며 “유기동물을 키우고 관련 기관에 기부하겠다”라는 뜻에서 구독자들에게 받은 기부금을 개인 목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형법 상 사기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 갑수목장에 후원금을 보낸 이들은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정작 수의사 결격 사유에는 동물보호법 외 ‘가축전염병예방법’, ‘축산물위생관리법’, ‘의료법’, ‘약사법’, ‘식품위생법’, ‘마약류관리법’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만이 규정돼있어 형법상 사기죄로 실형을 받는다 해도 수의사 자격을 박탈할 수는 없다.
결국 박씨와 김씨가 수의사가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이들이 재학 중인 대학이 제적 결정을 내리는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학 학칙과 학사운영 규정 등에 따르면 제적은 근신, 유기정학, 무기정학 다음의 최고 수위 징계다. 이번 사건의 경우 95조 1의 6항 ‘기타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 항목에 포함되며 징계위원회가 이를 두고 징계 수위를 논의하게 될 전망이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수의대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이 조치가 부족할 경우 대학 본부 차원에서의 진상조사위원회도 구상하고 있다”라며 “경찰에 고발이 들어간 상태고 수사 중에 있는데 문제제기를 한 학생들과 갑수목장 당사자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있어 명확하게 사실관계가 파악돼야 징계 여부와 단계를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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