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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묘 구조했다더니 펫샵서 구입…유튜브 ‘갑수목장’ 동물학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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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묘 구조했다더니 펫샵서 구입…유튜브 ‘갑수목장’ 동물학대 논란

입력
2020.05.08 11:29
수정
2020.05.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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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학교 수의대생들 폭로…“버려진 고양이 구조? 돈 주고 샀다”

운영자 박모 씨 “관심 받으려 거짓 영상 죄송…학대는 진실 아냐”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의 유기동물 구조 관련 콘텐츠들.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 캡처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의 유기동물 구조 관련 콘텐츠들.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 캡처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콘텐츠로 ‘날개 없는 천사’라 불리면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고 구독자 50만명 이상을 보유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던 수의대생 유튜버가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이제까지 영상에 등장한 구조했다는 유기동물들은 사실 콘텐츠를 위해 펫샵에서 구입한 것이었고, 조회수로 돈을 벌기 위해 학대도 서슴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오면서다.

◇같은 학교 수의대생들 폭로…“갑수목장, 햄스터 사와서 죽여”

비영리조직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은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을 운영하는 박모 씨 등을 대상으로 사기, 동물학대, 유기묘 후원금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고 7일 밝혔다. 박 씨와 같은 학교 수의대생이라는 이들은 “미래의 피해자들과 피해동물들을 위해 알리려는 것이고 양심을 걸고 진실”이라며 폭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상은 그 동안 박 씨가 또 다른 수의대생이라는 편집자와 함께 벌여 온 일을 그들의 육성과 사진 자료 등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갑수목장에 게시된 ‘태어나 처음으로 쥐를 본 고양이의 반응’이라는 영상에서 박 씨는 “친구가 키우는 햄스터를 고양이들에게 구경시킨 것”이라 말했으나 이는 사실 마트에서 4,000원을 주고 일부러 사온 햄스터였다고 한다.

이어 박 씨가 해당 콘텐츠를 두고 ‘햄스터 학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차단ㆍ삭제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직접 “내가 사다 죽인 것도 아니고”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심지어 이 햄스터는 두 번째 사온 햄스터로 첫 번째 햄스터는 ‘비밀 채널’을 위해 희생됐다고 한다. 함께 일했던 관계자가 목격한 것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는 메신저 대화에서 박 씨는 편집자에게 “햄스터를 사서 영상을 찍었는데 고양이가 머리통을 물어서 죽였다”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편집자는 “변기통에 (버려라)”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에 대한 폭로 영상에 담긴 박모 씨의 강아지 ‘절구’가 펫샵에 진열돼있는 모습(왼쪽)과 고양이 ‘레이’를 입양해왔다는 영상을 올리기 전날 박씨가 레이를 구입하며 가명으로 작성했다는 계약서. 유튜브 ‘갑수목장 폭로합니다’ 캡처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에 대한 폭로 영상에 담긴 박모 씨의 강아지 ‘절구’가 펫샵에 진열돼있는 모습(왼쪽)과 고양이 ‘레이’를 입양해왔다는 영상을 올리기 전날 박씨가 레이를 구입하며 가명으로 작성했다는 계약서. 유튜브 ‘갑수목장 폭로합니다’ 캡처

◇버려진 동물? 알고 보니 펫샵서 구입…“굶기니까 일 하네”

현재 박 씨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와 강아지들도 유기된 동물을 구조한 것이라 밝혔으나 사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사온 것이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콘텐츠에 담기 위해 동물들을 굶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박 씨가 편집자에게 “비인간적인 방법이지만 고미, 도리(고양이) 밥을 굶기니까 일을 하네”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가 “고양이들한테 못 해준 것? 지금은 학대적인 것을 줄여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하는 음성도 녹음됐다. 이 고미와 도리는 배우 유승호가 박 씨로부터 입양하면서 화제가 됐던 고양이들이다.

영상 속에서 박 씨는 “(펫샵에서) 노루, 미로(고양이) 데려온 거? 뭐 어떻게 파헤칠 수도 없는 일이야”라며 “얼마든 친구 핑계 댈 수도 있고 루머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 그 이상의 증거를 찾을 수가 없으니까”라고 말한다. 이들은 박 씨가 “조회수가 40만이 넘는데 절구(강아지)도 데려온 값은 하겠다”라고 말하는 등 동물을 조회수 수익을 위한 도구로 생각했다고 비판하며 펫샵에서 동물을 구입할 때 그가 가명으로 작성했다는 계약서 등을 올리기도 했다.

유기묘를 유튜버에게 입양 보냈다며 링크한 채널 ‘키티클래스(kittyclass)’ 또한 그와 편집자가 운영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즉 박씨와 편집자 두 명의 수의대생이 주요 채널인 갑수목장에서 구조했다고 밝힌 유기동물들은 사실 펫샵에서 구입한 동물로 지속적인 학대를 해왔고, 보조 채널 여러 개를 동시에 만들어 그 안에서 동물들을 주고받으며 구독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영상을 제작한 이들은 “갑수목장 편집자는 수의대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이며 1년 뒤에 수의사가 되고, 박 씨는 수의대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이며 2년 뒤 수의사가 된다”라면서 “이런 사람들이 수의사가 되어도 되는 것이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고통 받을 동물들과 보호자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막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에 박씨가 올렸다 삭제한 해명 영상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에 박씨가 올렸다 삭제한 해명 영상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박 씨 “펫샵 구입은 사실…내가 한 말은 맞지만 학대 없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당일 갑수목장 채널에 5분 남짓의 해명 영상을 올려 “폭로 영상 녹취에서 술에 취한 제가 동물들에 대해 험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 모든 녹취를 한 것이 제 전 여자친구라는 사실에 머리가 하얘졌다”라며 “사귀는 와중에도 전 여자친구는 제가 술에 취하면 계속해서 그런 발언을 유도했고 만취상태에서 녹음된 녹취의 모든 부분들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녹취는 교제를 시작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제가 알지 못하게 진행됐는데 아마 처음부터 흠을 잡기 위해 접근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추측하면서도 “모두 제 입에서 나온 말들이 맞지만 그럼에도 고양이들의 학대나 방치에 대해서는 저는 조금도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해명 내용이 오히려 논란을 키우자 박 씨는 이 영상을 삭제한 뒤 다시 8일 9분 가량의 생방송 영상에서 “우선 레이, 노루, 절구가 펫샵에서 왔다는 것은 사실이고 구독자들을 속인 점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라며 “관심을 받으면서 채널을 성장시키고자 거짓된 영상을 찍게 됐지만 고양이들을 학대했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정에서 저의 결백을 증명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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