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가 아이가 태어나면 아버지 성(姓)을 따르도록 한 민법을 전면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또 ‘체벌 금지’를 민법에 명시하고, ‘출생통보제’도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법제개선위원회(위원장 윤진수)는 아버지의 권리를 중시하는 ‘부성 우선주의’를 폐지하고 부모의 협의를 원칙으로 자녀의 성과 본을 정하도록 민법 781조를 개정하라고 권고했다고 법무부는 8일 밝혔다.
민법 제781조는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원칙 아래 △혼인 신고 때 협의 △아버지를 알 수 없는 때 등으로 예외적 사례에서만 어머니의 성을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이 같은 ‘부성우선주의’는 헌법과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해왔다. 위원회 관계자는 “가족생활 내 평등한 혼인관계를 구현하고, 가족의 자율적 합의를 존중할 수 있도록 민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협의 시점이나 방법에 대해선 관련 부처 의견 수렴이나 입법 과정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위원회 내에서는 출생 신고 때 부모가 협의해 성ㆍ본을 협의하는 방안과 혼인 신고 때 미리 정한 뒤 출생 신고 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혼외자가 발견되거나, 여러 이유로 친자 관계가 소멸된 때에도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대신, 종전의 성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 돼야 한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특히 자녀가 일정 연령 이상이면 성ㆍ본 변경에 자녀 동의권이 명시돼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아울러 위원회는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 원칙’도 민법에 명시하도록 권고했다.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징계권을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 규정이 체벌을 합법화하는 근거규정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삭제가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명시적인 체벌 금지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밖에 위원회는 부모가 현행법상 한 달 이내 하도록 한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벌어지는 아동 학대ㆍ방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모든 출생아동을 누락 없이 국가 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 통보제’ 도입도 권고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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