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의 ‘가계부’에 비유되는 관리재정수지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정부의 지출은 크게 늘었지만, 기업 실적 악화 등으로 정부의 주 수입원인 세금수입은 반대로 급감하고 있어서다. 특히 법인세 수입이 작년보다 7조원 가까이 줄어드는 등 세수 충격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5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각종 연기금 부분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무려 55조3,000억원에 달했다.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는 모두 1분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폭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도 작년 1분기보다 2배 이상씩 늘었다.
이는 올해 들어 정부가 돈 쓸(지출) 곳은 많아진 반면, 버는(수입) 돈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해 올해 1분기 정부 지출(164조8,000억원)은 1년 전보다 26조5,000억원 급증했다. 하지만 정부 수입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69조5,000억원)은 같은 기간 8조5,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법인세의 타격이 크다. 올해 1분기 법인세 수입(15조4,000억원)은 작년보다 6조8,000억원이나 줄었다. 3월 한달 동안에만 6조원이 급감했다. 3월은 연말(12월) 결산을 하는 기업들이 법인세를 납부하는 달인데, 지난해 반도체 등 주력 산업 부진으로 대표 기업들의 세금 납부액이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국세청이 기업들의 법인세 납부 기한을 6월말까지로 연기해 준 것도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경기도 좋지 않아 2분기 이후 더 큰 ‘세수 절벽’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면 정부는 올해 48년만에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하고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라, 나라살림 가계부 적자는 향후 더 악화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차, 3차 추경 편성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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