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문학에 투신해온 구모룡 "우리 모두는 로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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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문학에 투신해온 구모룡 "우리 모두는 로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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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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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1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 

제31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 구모룡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일보 본사에서 수상작 '폐허의 푸른빛'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제31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인 구모룡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2010년에도 한차례 팔봉상 최종 2인으로 경합한 일이 있다. 당시 구 교수를 제치고 수상한 인물이 올해 팔봉상 심사를 맡은 우찬제 서강대 교수다. 구 교수는 “당연히 제가 부족했으니 떨어졌던 것”이라면서도 “그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라, 한창 그런 일이 반복될 때는 내가 지방에 있어 그렇나 싶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구 교수의 섭섭함은 괜한 심통이 아니다. 수상작으로 ‘폐허의 푸른빛’(산지니)이 결정된 이유는 부산 지역 평론가로서 ‘로컬’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을 사유해온 그간의 노고와 업적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구 교수가 소위 ‘지방 학자’라는 이유로 지금껏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구 교수는 “서울이 아닌 데서도 열심히 해왔다는 ‘위로’의 의미로 주어지는 상이라면, 오히려 내가 지금껏 해온 로컬 문학의 논리와는 맞지 않다”고 일침 했다.


구 교수의 자부심엔 근거가 있다. 부산대 77학번으로 김광규 시인에게 문학개론을 배웠고, 학우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원으로 향할 때도 부산대 대학원을 택했다. 때는 유신시기, 신군부가 주요 정기간행물을 폐간 조치하면서 지역을 막론하고 무크지 발행이 게릴라전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마산문학(마산), 분단시대(대구), 민족과 문학(광주) 등 이 시기에 탄생해 80년대를 빛낸 지역 무크지들이 넘쳐났다. 구 교수 역시 부산대 출신이 중심이 된 무크지 ‘지평’과 ‘전망’ 등을 통해 중심부 문학이 강제 해체된 시대에서 지역문학의 출로를 여는 데 기여했다. 90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같은 동력은 자연히 쇠퇴했지만, 구 교수는 이후로도 꿋꿋하게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문학의 활로를 모색해왔다.

이번 평론집에서 구 교수는 문학과 비평마저 자본의 제단에 바쳐진 희생물이 된 ‘폐허’ 같은 오늘날, 그 폐허 속 ‘푸른 빛’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역 문학에서 찾는다. 1부 ‘성찰과 전망’이 연구를 개괄하는 시론이라면, 2부 ‘묵시록의 시인들’과 3부 ‘폐허의 작가들’은 지역 시인과 소설가들의 작품론과 작가론으로 온전히 채워졌다. 25명에 달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세밀하게 읽는데, 대부분 낯선 이름의 작가들이다.

제31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 구모룡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일보 본사에서 수상작 '폐허의 푸른빛'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물론 책에 언급된 작가들이 한국문학에서 특별히 중요한 작가들이라고 보긴 어려울 수 있어요. 아무래도 대부분의 역량이 서울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지역으로 내려올수록 생산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로컬을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이나 방법론으로 보자고 주장하지만, 정작 이에 상응하는 문학이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지 않는 데 대해 저 역시 오래 피로감을 느껴 왔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꾸준히 들여다보고 비평하는 게 지역 비평가가 가져야 할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구 교수의 이 같은 책임감은 단순히 문학 비평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10년 간 저작들을 부러 지역 출판사에서만 내 왔고, 문학 비평가지만 학교에서 지역학과 문화정책도 함께 가르친다. 로컬 문학의 성공은 학계뿐 아니라 지역 사회 내 활동가, 정책가, 독자, 작가, 서점, 출판사의 노력이 동시다발적으로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구 교수에게 최근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코로나19는 오히려 로컬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접촉 감염으로 전파되는 코로나는 구체적으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나와 관계된 주변인들을 실감하게 하는 계기가 됐어요. 동시에 전세계가 함께 겪는 일이다 보니 거시적인 관점도 함께 만들어졌죠. 로컬은 공간 개념이라기보다는 삶의 문제이자 인식의 문제예요. 어디에 있든지 간에, 한국 사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면 로컬인 거죠. 구체적 삶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아시아도 있고 세계도 들어있어요. 중심과 변방, 서울과 지방의 환원을 뛰어넘는 대안적인 시각에서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이 탄생할 것이라고 봅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구모룡 교수는
△1959년 경남 밀양 출생
△부산대, 동대학원 졸업
△1982년 평론 ‘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로 등단
△무크지 ‘지평’,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등 참여
△저서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문학의 근대성의 경험’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은유를 넘어서’ ‘시인의 공책’ 등
△1993년부터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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