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과 삼성에 대한 질책과 비난, 혐의와 논란이 “경영권 승계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이제는 법을 어기거나,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제 아이들에게는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혀 경영권 승계 문제의 싹을 아예 없애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노사 문제에 대해선 “삼성의 노사문화는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노사관계 법령 철저 준수, 확실한 노동 3권 보장, 노사 화합과 상생 도모를 약속했다. 사회적 소통과 준법 감시를 위해 재판이 끝나도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이 중단 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개 부문에 걸친 이날 사과는 지난해 10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권고로 그룹 내에 설치된 준법감시위원회가 대국민 사과를 권고한 지 약 2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이 부회장은 현재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법 혐의와 관련해 서울고법의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 제일모직ㆍ삼성물산 합병 과정 및 삼성바이로로직스(삼바) 회계 사기 관련 검찰 수사를 각각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준법감시위 설치를 권고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여부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번 사과가 파기환송심 감형을 겨냥한 요식행위라는 비판도 있다. 아울러 삼바 회계사기 등과 관련한 검찰의 이 부회장 소환조사에 앞서 ‘완충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포괄적 사과 기조와 경영 쇄신 각오에도 불구하고 사과문은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법 혐의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직접 관련 여부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따라서 이번 사과는 재판과 검찰 수사에 불합리한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 다만 대국민 사과라는 사회적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부회장의 ‘4세 경영 포기’ 선언이나, 삼성의 미래를 위한 ‘정도 경영’ 약속은 아직도 오너경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기업 문화를 새롭게 일구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과가 삼성 기업문화 쇄신의 실효적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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