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신축현장 화재 참사를 계기로 원청업체에 대한 특별산업안전감독과 전국 물류ᆞ냉동 창고 340여개소에 긴급 점검을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지금껏 대형사고가 나도 하청업체 중간관리자만 처벌받고 업무를 지시한 원청업체는 처벌을 면했다는 점에서 당연한 조치다. 이천 참사 희생자들 대다수가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라는 점에서 이번에도 ‘위험의 외주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이천 화재 참사는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 산재사망 이후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이 시행된 올 1월 이후 첫 대형사고다. 정부는 이날 “노동자 안전을 경시하는 업체는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긴급점검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정부 행태를 보면 여론 무마를 위한 전시행정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정부는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특별관리감독을 실시하고 긴급점검 대책을 내놨지만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사고의 일차적 책임은 업체에 있지만 업체의 안전관리를 감독해야 하는 정부도 결코 책임이 가볍지 않다. 실제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이천 물류창고 화재 원청업체가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 대해 6차례나 화재 등 사고 위험 가능성을 지적하긴 했으나, 업체가 서류를 보완할 때마다 ‘조건부 적정’ 판정을 내렸다.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같은 사고가 반복돼도 정부 당국은 책임질 일이 없으니 잊을 만하면 사고가 터지는 것이다. 뒤늦게 고용부가 이날 공단과 함께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심사제도 개편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니 그야말로 사후약방문격이다.
이런 점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안’ 제정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017년 발의한 이 법안은 업체가 예방 및 안전ㆍ보건 관리 의무를 준수하는지 감독할 책임이 있는 공무원의 직무 태만으로 인명사고가 나면, 해당 공무원을 형사처벌(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하도록 돼 있다.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한 출발점은 업체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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